'보수의 일곱기둥이 무너졌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7.12.12 04:31

[the300][보수의 몰락-②버림받은 보수]보수 우위의 시대가 진 이유




'보수의 몰락'은 하루아침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보수 시대의 종언'과 권력 이동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지난 2012년 저서 '정치의 몰락'에서 "보수의 일곱 기둥이 무너졌다"며 보수 권력의 붕괴 예후를 진단한 바 있다. 보수 권력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떠받쳐온 일곱 개의 토대가 무너지는 동안 보수 세력은 무너져가는 기둥을 보수하려 하지도, 새로운 토대를 닦으려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①지식인
보수 담론을 생산하며 지식 사회를 지배한 지식인이 사라졌다. 최근 10년 간 일어나는 세계사적, 문명사적 전환을 설명하려는 보수 지식인의 시도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고(故) 박세일 서울대 교수를 마지막으로 보수 담론이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일은 없어졌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 지식 사회의 권력은 이미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했다.


②언론
종이신문의 쇠퇴와 함께 보수 언론의 여론 주도력이 현저히 약화됐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졌다. 당장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워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보수 진보 인사를 비교해보라.


③기독교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보수 권력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을 잇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영향을 발휘하는 데 한 몫 거들곤 했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수 자체가 줄고 목사 등 개신교 인사들의 사회적 지위 추락으로 교회의 힘이 빠져버린 상태다.


④문화

문화 영역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속성을 띄기 마련이다. 특히 민주화 이후 문화계에서 보수가 터부시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는 문화 감수성이 강한 20~30대에 직접적으로 미치게 됐다.


⑤대기업
국가주도 성장 시대에 대기업은 보수 권력의 지원 아래 성장하고 다시 보수 권력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강한 연결고리를 지닌 기둥이었다. 또 기업의 성장이 국가와 개인의 성장과 동일시되면서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승계 문제와 격차 해소 문제 등이 주요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은 '사회악'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며 각종 규제의 필요성에 시달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이득 보장에 서왔던 보수 권력 역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⑥권력기관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군대 등 권력 기관은 보수 권력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물리적 토대였으나 민주화 이후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이들의 권력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⑦정당(보수정당)
1990년대까지 정당은 사회 각 분야에서 훈련된 최고 엘리트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2000년대 들어 정치인 양성 메커니즘이 사라지고 정치적 훈련을 거치지 못한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진보 진영에서는 '386 정치인' 등 운동권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은 이들이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