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 논리=정치 논리' 아니길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7.12.11 18:54
지난 8일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방안이 핵심 의제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재무적 관점에서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적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꼭 1년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산경장 회의 직후 정부 입장과는 정반대다. 당시 정부는 “산업 자체를 위해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당장 중소형 조선업체는 숨통이 트였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최근 채권단 경영 실사 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산경장 회의를 전후로 외부 컨설팅을 받은 뒤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채권단은 “컨설팅에 2~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곧바로 내년 6월 총선을 떠올렸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여야의 격전지인 부산·경남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결정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방안도 지방선거 영향권이다. 이르면 이번 주 나올 경영실사 결과는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프리 패키지드 플랜)’이 거론될 정도로 나쁜 것으로 알려지며 금호타이어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산경장 회의 후에는 ‘살리지 않겠나’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여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금호타이어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시장이 걱정하는 것처럼 ‘산업적 측면’이 자칫 ‘정치적 고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정치논리나 지역이해관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큰 기업을 살리려면 추가 자금이 들어간다는 점도 부담이다. 구조조정은 결국 손실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산업적 측면’이 ‘정치 논리’로 변질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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