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 신영웅 트럼프와 불확실성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 2017.12.12 03:34

[송정렬의 Echo]

뉴욕은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록펠러센터의 대형트리 불빛은 맨해튼 중심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거리 곳곳에 등장한 구세군 냄비 앞에선 흥겨운 노래에 맞춘 구세군 대원들의 현란한 댄스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남의 잔치’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미국 유대인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유대인 명절 하누카(Hanukkah)가 있기 때문이다. 유대력을 따르는 하누카는 보통 크리스마스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다. 올해 하누카는 12일부터 시작된다. 8일간 아홉 개 가지를 가진 촛대에 불을 밝힌다.

하누카는 유대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마카바이오스 전쟁’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2세기 이스라엘을 지배했던 안티우코스 4세는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상을 세우고, 유대교 제식을 금했다. 이에 반발해 영웅 마카바이오스를 중심으로 유대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3년 만에 예루살렘을 탈환, 성전을 정비한 후 신께 봉헌했다. 이를 기념하는 명절이 바로 하누카다. 히브리어로 ‘봉헌’이라는 의미다.

올 하누카에 유대인들이 화제에 올린 영웅은 아마도 마카바이오스가 아니라 ‘유대인의 장인’(father-in-law)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무려 2200여년 만에 다시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봉헌’한 주인공 아닌가.

트럼프는 왜 국제사회의 반대와 중동의 갈등고조가 불을 보듯 뻔한 뇌관을 건드렸을까. 미국 내 외교전문가와 언론들은 트럼프의 개인적, 정치적 동기를 의심한다. 트럼프의 국정지지율은 여전히 35%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스캔들’ 특별검사의 칼날은 트럼프와 최측근들을 점점 조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선공약인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함으로써 유대인, 보수적 기독교 유권자, 부유한 공화당 기부자 등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벌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간 유혈충돌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의 정책결정이 국가 차원의 원칙이나 일관된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과 개인적 호불호에 좌우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다.


지난달 방한시 트럼프의 일화는 그런 맥락에서 곱씹어 볼만하다.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계획에 없던 비무장지대(DMZ) 방문에 나섰던 트럼트. 기상악화로 30분간 상공을 돌다 회항했던 트럼프의 눈을 들어온 건 수 많은 공장들이었다. 그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엄청난 것을 목격했다. 공장이 엄청 많다. 이 공장을 미국에 세우면 안 되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혹여 ‘서울과 휴전선이 이렇게 가까운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만은 피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기대는 발붙일 곳이 없다. 너무 순진하거나 트럼프를 너무 모르는 셈이다. 트럼프의 눈은 여전히 우리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는 대북전략에 ‘변화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한반도에 잇따라 전개되고 있다. 또 공화당 강경파 의원은 주한미군가족 철수론을 주장했다.

여전히 대화의 물꼬는 열리지 않고 위기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불확실성을 다시금 보여준 예루살렘 봉헌이라는 먼 나라 이슈를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불안감 속에 한반도는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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