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은행지점 폐쇄되던 날… "쿼바디스, 은행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7.12.10 08:00

[i-로드]<59>인공지능(AI)시대에 은행원이 되겠다면

편집자주 |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OO은행 OO지점이 12월 4일부터 통합이전 합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30년 이상 된 은행 지점 한 곳이 최근 폐쇄됐습니다. 은행 지점 폐쇄는 그동안 종종 목격돼왔던 터라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지요.

실제로 지난 5년 간 폐쇄된 국내 은행 지점은 500여개에 달하고, 이 기간 4대 은행을 떠난 은행원 수만 7000명에 육박합니다.

외국계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들어 4곳의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이 폐쇄됐거나 폐쇄 신청 중입니다. 지난 6월 영국계 RBS, 골드만삭스, 스페인계 BBVA 등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점 폐쇄 최종 인가를 받았고, 영국계 바클레이즈(Barclays)는 8월말 지점 폐쇄 신청을 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아주 오래된 은행 지점이 폐쇄되는 걸 바라보는 느낌은 사뭇 남달랐습니다. 필자의 첫 직장이 은행이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뱅킹에 이어 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은행 지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면서 급기야 지점 폐쇄로 이어지는 일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지난 1년 간 은행을 찾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비대면거래는 더욱 늘어나 은행 지점 폐쇄와 금융인력 감축은 더욱 가속화될 게 뻔합니다.

# "우리(골드만삭스)는 테크놀러지 회사입니다."(We are a technology company).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미국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CEO는 지난 2015년 5월 회사 팟캐스트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골드만삭스가 (은행이 아니라) 테크놀러지 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같은 달에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에게 "회사가 테크놀러지 분야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4년 말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의 전체 정규직원 가운데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가 30%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대표적인 테크놀러지 회사인 페이스북보다 더 많은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가 은행인 골드만삭스에 고용돼 있음을 의미합니다. 골드만삭스가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말하는 게 전혀 거짓말이 아닌 셈이지요.


문제는 이와 같은 움직임이 골드만삭스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을 거란 데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금융기관이 미래엔 테크놀러지 회사로 변신해야만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론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선 경영학이나 법학 전공자보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사람이 더 선호되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은행에서 금융이나 경제, 회계, 법률 등의 지식보다 코딩과 프로그래밍 실력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오는 것이지요.

# "AI시대, 쿼바디스(quo vadis) 은행원."

은행이 테크놀러지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면,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되는 문제는 기존 은행 인력을 내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도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은행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했습니다.

조 원장은 빅데이터와 AI가 등장한다고 금융인들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체계화된 기술교육과 철저한 훈련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포용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개념의 ‘금융인’을 재교육을 시킨다고 빅데이터와 AI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인’으로 금방 변신시킬 수 있을까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제 논리로 따져 보면 이에 대한 대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은행원의 입장에서도 지금 코딩과 프로그래밍 책자를 들여다보고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AI시대에 잘 적응하는 ‘기술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필자도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은행 지점이 통합이전 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진짜 AI시대가 오면 그나마 남아 있던 은행 지점이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점점 다가오는 AI시대에 은행원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요(쿼바디스,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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