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병 앓는 韓 자동차산업 치료법

머니투데이 고태봉 하이투자증권이사 | 2017.12.08 04:25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통이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태동한 이후 일부 부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만 경험했는데 최근의 역성장과 수익감소는 우려할만하다. 주식시장으로 초점을 옮겨도 10년 만에 찾아온 강세장에서 자동차 주식은 장기소외 섹터가 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증발해 버렸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자동차 산업 흐름을 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소비자와 기업간 불신도 컸고 내부고발자로 인해 자동차 기업 내부의 많은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고, 강제리콜이라는 초유의 상황도 맞았다.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정상적 상태가 아닌 환자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앓고 있는 주요 병변(病變) 중 하나는 '가성비' 후퇴다. 수출경쟁상대인 일본업체들이 엔저 상황에서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이 시기 출시된 국산 신차들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소비자가 볼 때 차는 무거워졌고 연비는 후퇴했으며 파워트레인은 변화없이 이전 모델과 동일했고, 디자인은 고루해 졌다.

소비자 수요와 가성비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생변수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발발하자 중국에서 60% 이상 판매가 감소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미국 시장 역시 시장이 원하는 차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최근 일련의 악재가 압축적·양적 성장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점에서 간단한 치료법은 없다.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자가면역시스템'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기론'이란 명제 앞에서도 현대차,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기업 경영진의 '신경영 선언' 같은 획기적인 내부 의식개혁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노조 역시 판매감소와 수익악화 상황에서도 전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CEO(최고경영자)가 미래 먹거리는 불안하다며 사임하는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내부에서부터 자기반성과 변화전략이 나와야 한다.


또 '종양제거수술'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양적성장이 곧 성장'이라는 경영목표와 강박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최근 GM은 글로벌 1000만대라는 세계 1위 생산량 타이틀을 버리고 호주·러시아·인도·남아공에서 철수했다. 이제는 수익성이나 가치가 최종단계 목표가 돼야 한다.

소통 부재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의 반응·평가에 소통해야 하고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불만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듣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새로운 환경의 경쟁을 준비하려면 예방책도 필요하다. 친환경차·자율주행·커넥티비티·차량공유로 대변되는 미래 모빌리티 변화가 급격히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커넥티드카와 무인자동차 기술을 대비하기 위해선 ICT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선 삼성·LG·SK, 해외에선 모빌아이 등과 협업해 한국형 어벤저스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 초기의 DNA를 회복해야 한다. 당시 자동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현대차는 영국 BLMC의 조지 턴불을 부사장으로 영업하고 오스틴-모르스 등에서 영국 최고의 자동차 기술자 5명을 채용했다. 또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주지아로에게 초기 포니 디자인을 맡겼다. 엔진은 가장 가성비 높았던 일본 미쓰비시에서 수입했다.

당시 현대차는 부족한 역량을 글로벌 소싱을 통해 받아들인 '열린 공간'이었다. 그때의 문화와 도전, 빠른 흡수력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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