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언…'평화의 도시' '세계의 화약고'로 깨어나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12.07 15:35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성지…수천년 분쟁의 역사를 안고 있는 예루살렘, 다시 위기 봉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선언을 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베들레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든 포스터를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종교의 성지. 어원을 되짚으면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지만 수천 년 전부터 세계의 화약고로, 주요 세력의 각축장으로 수난을 겪은 곳. 예루살렘이 다시 위기에 처했다.

기독교에서 예루살렘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한 곳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고 알려진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성묘성당이 기독교의 핵심 성지다.

유대인들에게는 구약 시대인 기원전(BC) 1050년 다윗왕이 고대 이스라엘 통일왕국을 세운 곳이다. 다윗왕 때 시작된 성전 건설이 아들인 솔로몬왕에 이어 헤롯왕 때 마무리됐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일부 유적만 남아 있는 성전산(Temple Mountain)의 서쪽 벽, 이른바 '통곡의 벽'이 유대인들의 최대 성지로 꼽힌다.

이슬람교 신자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와 모스크 부지 안에 있는 바위사원을 성지로 삼는다. 691년 세운 바위사원은 황금으로 덧칠된 돔 지붕이 인상적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한 장소로 전해진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예루살렘은 수천 년 전부터 분쟁이 많은 땅이었다. 이스라엘 왕국이 로마제국에 무너졌고 아랍인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는 유럽 기독교인들이 십자군 원정으로 맞섰다. 1500년대에는 오스만트루크 제국이 예루살렘을 정복했다.

20세기 들어서도 수난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예루살렘이 지난 100년여간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반유대주의의 각축장이었다고 지적했다.


꼬박 100년 전인 1917년 12월에는 영국의 에드먼드 알렌비 장군이 오스만투르크 제국으로부터 예루살렘을 점령했다. 당시 그는 '성지'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위해 말에서 내렸다고 한다. 영국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할 때까지 예루살렘을 장악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과 함께 서쪽을 장악하면서 동서로 갈린다. 1947년 유엔 결의안에 따른 조치다. 팔레스타인이 터전으로 삼고 있던 땅에 이스라엘이 들어서자 격분한 아랍권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지만 패하고 만다. 1차 중동전쟁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끝에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강 서안까지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천명했다.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를 수립하면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수도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그래도 팔레스타인 인구 대부분이 동예루살렘에 산다. 독립 싱크탱크인 예루살렘 연구소에 따르면 예루살렘 인구는 약 85만 명이다. 이 중 61%가 유대인이고 37%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이다. 아랍계 기독교 인구도 1%쯤 된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병합한 걸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건국 초기 예루살렘의 정부 기능을 확대했지만 외국 정부는 대개 예루살렘을 피해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예루살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통해 가자·서안지구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다만 이때도 국경과 난민, 예루살렘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평화협정도 2000년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알아크사 모스크가 있는 성지를 방문하면서 깨지고 만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반이스라엘 봉기(인티파다)에 나섰고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했다. 이 여파로 5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3000명, 이스라엘인에서 1000명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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