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랭킹]2018 예산안 협상, 주역들의 명암 'BEST 7'

머니투데이 안재용 이건희 기자 | 2017.12.06 19:34

[the300]순탄치 않은 과정서 존재감 드러낸 인물들은 누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 6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권교체 후 첫 예산안으로 여야간 이견이 컸던 만큼 협상과 의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1월과 12월초에 걸친 예산안 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7명의 명암(明暗)을 꼽아봤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1. 정세균 국회의장, '칼' 감춘 관음보살.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국회 '큰 어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칫하면 만남조차 어려워질 수 있는 여야간 협상의 장을 만들고, 외곽에서 독려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협상장을 찾아 여야를 압박했다.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준수가 무산됐을 때는 공휴일에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안을 상정하며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5일 본회의에서는 의외의 단호함을 보여줬다.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속개를 선언한 것. 한국당 의원들이 "정세균 사퇴하라"고 외치는 등 곤욕을 겪기도 했다. 보통 때였다면 '날치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여러분에게는 11시간이 있었다" 등의 발언으로 명분을 확보했다. 한국당도 결국 반대토론을 하는 것으로 반발을 마무리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전쟁 前 승리'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처리 협조, 예산낭비 방지 등 명분을 지키면서도 무안KTX 노선변경으로 대표되는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과 선거구제 개편 합의 등의 실리를 알뜰히 챙겼다.

협상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의 모습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공무원 증원 등 각종 쟁점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의 의견을 견지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던 2일에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만나 강경 입장을 지킨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4일 우원식 원내대표와의 조찬모임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선거구제 개편이 양당간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밀월관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캐스팅보트라는 위치를 활용, 몸값을 한계치까지 높인 것이다. 결국 '싸우기 전에 승리하라'는 손자병법의 격언을 가장 잘 실천한 셈이다. 의석수는 3당 중 가장 적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3.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공근교(遠攻近交).. '본질'은 지켰다

협상 전부터 민주당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차를 앞두고 확보해야 하는 예산은 많은데 야당에 내줄만한 카드는 많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구조는 커다란 장애물이었고,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인 한국당이 '주고 받기'의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저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었다. 우 원내대표가 "잠이 안 온다"고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여당이 핵심 쟁점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산을 줄인다는 차원이 아닌 향후 정책의 지속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2일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예산은 줄이더라도 제도의 본질은 지키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가까운 이웃 국민의당의 손을 잡았다.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예산 감액을 받아들이면서 제도의 도입은 이뤄낸 것이다. 제도 시행이 수 개월 미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4.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비밀번호 1202'

나라 살림살이의 책임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처리의 숨은 공신이다. 지난달부터 기재부 직원들과 함께 국회 인근에서 밤을 새며 근거자료를 만들었고 협상 과정에서도 물밑에서 야당을 설득했다.

법정시한 내 타결이 무산된 2일에는 "직원들에게 눈물이 나올 정도로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의 컴퓨터 비밀번호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02'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예산안이 처리돼야만 하는 이유를 절절히 호소했다. 그의 호소는 예산안 타결에 대한 국민 여론에 영향을 끼쳤다.


그만큼 여야 중재에도 적극적이었다.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여야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9475명의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김 부총리로 전해진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한국마사회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한 데 대해 공영방송 장악이라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결의했다. 2017.10.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 '숨은 공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호남KTX로 협상 물꼬

지난달 29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예고에 없던 '호남KTX 공동정책협의회'를 열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내용의 골자는 '호남선KTX 2단계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안 합의'였다.

합의 배경에는 전남을 지역구로 둔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호남KTX 무안공항 경유안을 주창해 온 그는 당 원내지도부에 협상카드로 해당 안을 제안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당과 협상에 돌입했다. 광주가 지역기반인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화답했다.

KTX 무안공항 경유안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꽉 막힌 예산안 협상 국면에서 얼어있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관계를 녹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예산안 협상 타결의 주춧돌이 된 셈이다.


6.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왕따' 논란·합의안 반발 '어깃장'…한국당 협상력엔 도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로 예산안조정소위 및 소(小)소위에 참석한 김도읍 의원은 협상 막판 '큰 변수'였다.

1일 비쟁점법안을 선처리하는 본회의에서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과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이 따로 만남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 김 의원은 자신이 왕따를 당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들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신뢰에 금이 가는 보고를 받았다"며 3당 원내대표의 회동을 파행시켰다. '어깃장'으로 예산안 처리 지연에 일조한 셈이다. 다만 한국당의 발언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다.

'왕따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김 의원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4일 예산안에 대한 3당 원내대표 합의문이 발표되자 그는 내용에 반발해 당초 진행키로 했던 소소위에 나타나지 않았다. 소소위 진행에 따라 예산안 표결 날짜가 바뀔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문불출 끝에 김 의원은 약속한 시간보다 2시간 늦게 소소위 회의장에 나타났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합의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17.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명분도 실리도 잃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도 예산안 협상에서 당내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4일 3당 원내대표 간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합의문을 만들어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공무원수 증원, 법인세 인상 등에서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합의문 발표 후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항의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본회의 과정에서도 깔끔하지 못했다. 특정 안건에 반대하는 야당이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지만 '정치행위'라는 측면에서 용인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보이콧'과 규탄성명 발표를 결의했는데 해당 사항이 발표되기 전 회의가 속개되면서 집단 항의에 나섰다. 절제되고 철저히 계산된 형태로 표출됐어야할 것이 날 것 그대로 올라온 셈이다. 한국당 '날치기'라고 주장할 명분 조차 잃어버리면서 "참담하다"는 성명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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