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 시진핑의 知美 핵심포스트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 2017.12.05 04:22
지난 10월 말 폐막된 19차 중국 당 대회는 전 세계에 초강력 시진핑 2기정부의 탄생을 알리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중 인물발탁도 관심대상이었는데 최근 시장에선 미국유학파의 급부상에 주목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정치국위원 25인에 발탁된 왕후닝, 류허, 양제츠, 천시 등 네 명. 모두 미국유학파 또는 미국 근무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지난 정권에선 볼 수 없었던 인선이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도 크다.

우선 왕후닝(62세)은 미국유학파의 대부격이다. 지난 19차 당 대회 때 처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임됐는데, 미국유학파가 중국 최고간부가 된 것은 중국공산당정권 수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왕후닝은 누군가. 그는 원래 상하이 후단대를 떠난 적이 없는 중국내의 정치학교수였다. 그러나 그 후 1988~1989년 미국의 아이오와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에 유학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그는 바로 ‘미국에 반대하는 미국’이라는 저서를 출판, 미국의 정권교체 메커니즘을 소개했는데 이게 중국 공산당 핵심권력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왕후닝은 연속해서 3명의 중국지도자의 정치지도이념을 디자인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긴 1995년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의 눈에 띄어 당의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정치조장으로, 후진타오 때는 서기국 서기, 시진핑 정권이 발족됐을 때도 정치위원으로 발탁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왕후닝을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에 비교하며, 왕후닝을 배우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한다. 현재 왕후닝은 은퇴한 류윈산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분야의 최고책임을 맡고 있다. 특히 시진핑이 외국정상과 회담할 땐 늘 시주석 바로 옆에 앉아있는 인물이 왕후닝일 정도로 최측근이란 평가다.

왕후닝이 시주석의 최측근 정치브레인이라면 류허(65세)는 최측근 경제브레인이다. 류허는 시진핑주석과 중학교동창(베이징 101중학교). 인민대를 거쳐 1992~1993년 미국의 시튼홀대학, 1994~1995년엔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하면서 미국통으로 자리 잡았다. 류허에 대해선 시주석이 2013년 중국을 방문한 토마스 도닐론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소개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 사람의 이름은 류허, 나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존재다"라고 말했는데, 그래서인지 시주석의 복심이란 평가도 나온다. 2015년 류허는 중앙재경지도소조 사무국장 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으로 시주석의 최측근 경제브레인이 됐고, 내년 3월 양회에서 부수상 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주임이 될 거란 전망이다.

G2 자리매김이 중요한 시진핑 2기정부에 있어 외교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분야다. 중국외교에서 지미파(知美派)로 주목되는 인물은 양제츠(67세). 양제츠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이번에 중앙위원에서 정치국위원으로 승격했다.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정치국위원이 된 것도 장쩌민정권 이래 20년 만에 처음. 양제츠는 본래 영국 유학파지만, 주미대사관에서 총 9년의 근무경험을 갖고 있다. 주미대사를 거친 후 외교부장, 2013년부터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거치는 등 한마디로 완전외교통이다.


양제츠의 미국인맥은 현 중국정치권에서 가장 두텁다. 특히 부시전대통령 일가와는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1972년 닉슨대통령의 방중 후 아버지 부시대통령이 미국의 초대 베이징사무소장이었는데 당시 통역을 양제츠가 맡았다. 아들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8년간(2000~2008년) 양제츠도 미국대사로 근무했는데 그때 미·중관계가 가장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양제츠의 공헌이 그만큼 컸단 얘기다. 아무튼 양제츠는 내년 3월 양회 때 외교담당 부수상 취임이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의견이다.

정치국위원 승격인물 중 또 다른 지미파는 천시(64세)로 시주석의 칭화대동창이다. 칭화대졸업 후 칭화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천시는 1990~1992년 미 스탠포드대학에 유학, 귀국 후 칭화대서기, 교육부 부부장을 거쳐 당 중앙조직부장과 중앙당교교장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시진핑주석의 대미외교중시다. 이들 지미파를 통해 미국의 강점과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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