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학습효과'…정부, 석유 등 '사재기' 원천 봉쇄 추진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7.12.11 04:30

기재부, 한국세법학회에 '개소세 과세대상 세율 인상 시 재고차익 환수방안' 연구용역 맡겨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에 따라 담배가격이 2천원씩 오른 첫 날인 2015년 1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정부가 담배와 석유류 등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정된 제품을 미리 확보해 놓고 가격이 상승한 뒤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세법학회에 ‘개별소비세(개소세) 과세물품의 세율 인상 시 재고차익 환수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소비세는 부가가치세와 개소세로 구분된다. 부가세는 모든 재화와 용역에 부과된다. 반면 개소세는 특정한 재화와 용역에 특정한 세율이 과세된다. 개소세 과세 대상은 보석, 고급시계, 모피, 석유류, 담배, 승용차, 유흥업소, 골프장 입장료 등이 있다.

정부는 개소세의 탄력세율을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소세는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이 필요한 경우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법 개정 없이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담배를 예로 들면, 최종 인상을 앞두고 담배를 반출할 때 탄력세율이 적용된 가격을 담뱃갑에 표시하는 식이다. 이 경우 제조사는 담뱃값이 오르기 전 출하한 담배를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도 담뱃갑에 적힌 가격 때문에 불가능해진다. 해당 제품에 '탄력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율을 올리기 전 가격을 받고 팔아야 하는 것이다.


개소세는 1976년 도입 당시 사치세로 불렸다. 개소세 과세 대상은 주로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품목이어서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치세 기능은 축소됐다. 대신 정부 개소세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됐다. 2015년 담뱃세 인상(개소세 594원 신설), 승용차 개소세 세율 인하 등이 대표 예다.

기재부가 이번에 연구 용역을 맡긴 이유는 '담배 학습효과'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과 올해 초 공개한 '담뱃세 등 인상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결과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2015년 담뱃세가 오르기 전 재고량을 늘렸다. 세율 인상에 따른 차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 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회사는 2015년 1월 담뱃세 인상을 틈타 7938억원의 재고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담배회사 재고차익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재부·행정자치부·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담배 관련 세금 또는 부담금이 신설되거나 오를 것을 대비해 재고차익 환수에 관한 규정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세율 인상으로 재고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큰 품목은 담배 외에 석유류도 거론된다. 정부는 2002년과 2003년 석유류 세율을 올리면서 정유사나 주유소의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했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세율 인상 전의 싼 가격에 석유를 사뒀다가 비싸게 팔면 부당 이득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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