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사냥'에 신흥국 장기채권 발행 사상 최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7.12.01 16:27

올해 신흥국 10년만기 이상 장기물 5000억 달러 넘어서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신흥국 채권 지수 올해 추이/자료=블룸버그
올해 신흥국에서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권이 역대 가장 많이 발행됐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흥국 장기물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의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 발행량이 사상 처음 5000억달러(약544조원)를 넘어섰다. 3분의 1은 국공채였고, 37%가 회사채, 25% 가량은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다.

장기채 발행이 늘며 올해 총 신흥국 채권 발행액도 지난해 전체 발행액에 근접했다. 올해를 한 달 남긴 현재 신흥국의 총 채권 채권발행액은 1조540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 1조6700억달러를 소폭 밑돈다.

올해 신흥국 장기채권 발행이 늘어난 건 수요가 그만큼 탄탄해서다. 선진국의 초저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다는 점이 신흥국 채권의 매력을 높였다.

풍부한 수요 덕에 올해 신흥국에선 장기물이 유독 많이 발행됐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 정부가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을 발행했고, 30년물 국공채를 발행한 곳도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쿠웨이트 등이 있다.

앵거스 벨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의 금리사냥이 더 낮은 신용도의 채권에 대한 수요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신흥국 장기채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최근 전 세계 경제성장으로 신흥국 경제 펀더멘털이 지지받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장기채는 현재처럼 금리가 역대 저점 부근에선 투자자입자에선 더 위험한 투자대상이지만, 이 위험을 감수할만큼의 투자 매력이 있었단 설명이다. 만기가 긴 채권은 듀레이션(현재 가치 1원이 상환되는데 소요되는 평균상환 기간)이 길고,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커 그만큼 위험이 크다.

신흥국 장기 채권이 워낙 높은 쿠폰 이자를 지급해서 이 위험이 상쇄된다는 주장도 있다. 윌 위버 씨티 신흥국 채권 자본시장 대표는 신흥국 장기 채권의 쿠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듀레이션 위험을 낮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행한 100년 만기 국채 투자자들은 연 7.9%의 쿠폰 이자를 받아 12년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아울러 신흥국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신흥국 내 기관투자자들도 장기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부채보다 자산 듀레이션이 짧은 상황이라, 지급여력을 높이기 위해 듀레이션이 긴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있다.

위버는 “올해 신흥국 채권 발행 증가는 기존 채권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차환하기 위한 발행이 많았다”며 “이 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