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간다고? 남은 연차나 쓰게 해줬으면"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12.05 06:15

대기업 중심 안식년·월 도입 늘어… "눈치보는 휴식문화 여전…상위직급부터 솔선수범해야"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안식년, 안식월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식년 등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하기에 앞서 연차 등 본래 있는 휴식 제도부터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픽사베이
◇"휴식이 필요해"…너도나도 안식휴가 도입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긴 노동과 휴식없는 삶이 한국 근로자의 생산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년 1인당 평균 근로 시간은 2069시간이다.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두번째로 많고, OECD 35개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이나 많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기업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8위다.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쉬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사람이 기계가 아닌 만큼, 쉬고 온 다음날은 머리도 더 잘 돌아가고 기분도 좋아 일처리가 빠르다"라고 말했다.

충분하게 보장된 휴식이 기업 생산성을 높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식년 도입도 늘고 있다. 2015년 삼성전자는 만 3년 이상 근속자들이 자기계발을 위해서 무급으로 1년간 쉴 수 있는 안식년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3월 한화 역시 과장 이상 승진자는 1개월간 쉴 수 있는 안식월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CJ, 이랜드, KT&G, SK텔레콤 등도 올해 관련 안식 휴가 제도를 정비했다.


◇안식휴가 회의론도… "있는 연차도 못쓰는 마당에"

대기업 중심의 안식년·안식월 도입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 근로자들은 있는 연차 마저도 눈치를 봐가면서 써야한다고 토로한다. 업무 효율성 보다는 눈에 보이는 근면 성실함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상 휴가를 당당히 요구하기 힘들다는 푸념이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연차 휴가 부여 일수는 평균 15.1일. 하지만 사용 일수는 평균 7.9일로 사용률이 절반에 불과하다. 휴가 사용에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직장 내 분위기(44.8%)'가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대기업 직원 전모씨(30)는 "일이 너무 많아 올해 연차가 10일이나 남았다"며 "올해가 한달밖에 안남아서 회사선 자꾸 공문을 내 연차를 쓰라고 하는데 팀장급 이상은 연차를 내고도 나와서 일하는 실정이라 눈치보여서 연차를 낼 수도 안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2년차 대기업 직원 윤모씨는 "'놀고만 싶어한다'는 인상을 줄까봐 아파서 연차를 사용할 때도 눈치가 보인다"며 "금요일이나 월요일 등 주말과 이어지거나 공휴일과 붙은 요일은 선임이 연차를 쓸 수도 있어서 가급적 피한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유모씨는 "대기업 위주로 안식월 등이 도입되고 있다는데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있는 연차라도 마음 편히 사용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도 있듯 휴식이 보장돼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경영진, 임원 등 상위직급이 솔선수범해 휴식을 취하는 등 적극적 노력을 해서 직원들이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게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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