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 “국회 비례대표 늘리고, 석패율제 도입해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7.12.01 09:00

회고록서 밝혀…“권력구조 개헌, 내각제보다 대통령제가 낫다”

아시아녹화기구 운영위원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11일 오후(현지시간)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3)가 열리고 있는 독일 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했다. /사진제공=서울시
참여정부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지역갈등을 키우는 현행 소선구제를 바꿔 비례대표를 늘리고, 일본식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고 전 총리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 ‘공인의 길’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런 내용의 정치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3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무총리실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출간 설명회를 열었다.

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주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영호남 지역패권 정당 구조를 공고히 한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발전을 위해 이제 정치적 수명을 다한 소선거구제를 고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늘리고 일본식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권력구조 개헌 방향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고 전 총리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보다는 기존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나 국민이 70년 동안 대통령제를 학습했다”며 “오랫동안 유지한 대통령제를 수선해서 쓰는 방향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제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현재 대통령에게 집중된 행정 각부 실국장급 고위 관료 인사권을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전 총리는 2003~2004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일하던 때의 경험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시 여소야대 신4당 체제에서도 여·야·정 협력시스템을 가동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핵 리스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고 전 총리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조사해서 처벌해야 하는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적폐청산이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기본 목적이 돼서는 안 되고,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국정운영 시스템 혁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정치 원로 자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진언한 내용도 일부 소개했다.

그는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성역없는 수사를 천명하고 거국내각, 책임총리제 등 국정운영 시스템을 혁신하는 조치를 건의했고 여야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상의하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 전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공직생활 30년을 했지만 야인으로 살아온 20년도 공인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며 “중앙에 있을 때는 민의 시각으로, 민간에 있을 때는 관의 시각으로 실사구시 시각에서 정책을 연구했다”고 했다. 이어 “공인으로서 회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나의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역대 최초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총리와 서울시장도 두 번씩 지냈다. 2007년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현실정치와 선을 긋고 야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으로서 잊혀 질 권리를 달라"며 정계 복귀에 뜻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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