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랐는데도… 환율 11.4원이나 올린 '비둘기'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11.30 16:14

[금리인상]30일 원/달러 환율 오른 1088.2원 마감… 금통위 "추가 금리인상 신중"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이미 예상됐던 결과인 데다 이주열 총재의 기자설명회 내용이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인 것으로 평가되면서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대비 11.4원 오른(원화 약세) 1088.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7일(1088.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뉴욕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의 원/달러 1개월물 종가를 반영해 전일대비 4.7원 오른 1081.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히자 12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며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오전 9시53분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들려온 이후에도 108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50분쯤 상승폭을 확대, 1086~1088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한때 딜미스(주문 실수)로 1099.1원에 거래됐다가 거래 당사자간 합의를 거쳐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초 시장에서 예견됐던 결과였기에 원화 가치의 추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이미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에 추세적 하락흐름을 이어왔다. 전날(29일)은 1076.8원에 거래를 마치며 2015년 4월30일(1072.4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20분 시작된 이주열 총재의 기자설명회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시작했다. 오히려 기자설명회에서 드러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스탠스가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숏커버(매도한 달러를 다시 사는 환매수) 물량이 유입됐다.


이 총재는 이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점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국내 증시 하락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6.53포인트(1.45%) 내린 2476.37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470대로 밀린 것은 지난달 19일(종가 2479.06)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5919억원 순매도 했다.

다만 오후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상하단이 막힌 채 좁은 움직임을 보였다. 월말 수출업체 네고(달러매도) 물량과 급등세에 대한 부담감에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외환시장에선 12월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상 경계감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FOMC 대기 모드에 들어설 것"이라며 "미 금리인상 영향으로 1100원선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이날 원/엔, 원/유로 재정환율도 모두 상승으로 돌아섰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0.18원,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290.66원으로 전일대비 4.01원, 13.63원 각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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