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00억 스물다섯 사장님, '기부천사' 꿈꾸는 이유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12.15 04:35

[당당한 부자]<7>-① 박예나 육육걸즈 대표…'아너 소사이어티' 전북 지역 최연소 회원

온라인 의류 쇼핑몰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사진=임성균 기자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 카메라 앞에 서자 수줍어 하다가도 까르르 웃어버리는 모습이 여느 20대 여대생과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왼쪽 가슴 위에 꽂은 빨간 '사랑의열매' 배지.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다는 나눔의 상징이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25)의 첫 인상이다. 박 대표는 16살 중학생 시절 쇼핑몰 운영에 처음 뛰어들어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CEO(최고경영자)다. 현재 육육걸즈는 10~20대 소녀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연매출도 500억원 규모로 뛰었다.

그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인 동시에 베품을 멈추지 않는 기부천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엔 5년 이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개인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전북 지역 최연소 회원이 됐다. 2014년부터 4억여원을 기부한 공적을 인정 받아 최근엔 '2017 사랑의 열매' 금상을 받았다.

◇집안 형편에 꿈 접었던 소녀, '예나 장학금'을 만들기까지=박 대표의 나눔 활동은 8년전 쇼핑몰에서 팔던 옷을 청소년쉼터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독거노인 가정에 겨울엔 전기장판과 이불을, 여름엔 선풍기를 지원하는 등 온갖 곳에 나눔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매년 매출의 1%가 넘는 금액을 기부해왔고 올해도 현금과 물품을 포함해 기부 금액이 총 6억원을 넘어섰다.

그가 기부를 멈추지 않는 데는 과거 어려웠던 가정 형편이 있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에 대해 "부모님이 운영하던 횟집 뒤 골방에 온 가족이 같이 살며 횟집 설거지가 밀리면 나가 일해야 했다"며 "술 취한 아저씨들, 경찰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회상한다.

집안 형편상 학원은 꿈도 못꿨다.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비싼 수강료를 내고 미술학원에 다닐 여력이 안됐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도 접었다. 대신 부모님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2008년 육육걸즈를 창업했다.

사업이 승승장구하자 문득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박 대표는 "쇼핑몰 운영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하니 학창 시절 학원을 못 다녔던 기억이 났다"며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나 혼자 가지는 것보다 베푸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만큼 힘겨운 처지의 청소년들을 돕는데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모교인 전북여고에 매년 일정 금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학교측은 그의 이름을 따 '예나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한다. 선발 기준은 '성적'이 아닌 '성실성'이다. 성적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학교를 열심히 다시는 어려운 형편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가정부가 있는 집에 살면서 개인과외를 받아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에게만 장학금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성실한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사진=임성균 기자



◇하루 두 시간 자며 동대문 시장 누비던 '악바리'=아너 소사이어티의 20대 회원들을 살펴보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대부분이다. 고액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자산이 많은 20대 자체가 드물다. 박 대표는 25살에 연매출 500억원을 올리는 사업체 대표가 돼 고액 기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쇼핑몰을 키워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쇼핑몰 운영 초기에는 구제(중고·재고) 의류를 주로 취급하다 스무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동대문시장에 입성했다. 거주지가 전주라 서울 동대문시장에 가서 새 옷을 구매하는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횟집에서 자라며 길러진 '악바리' 근성이 발휘됐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에 갈 때마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동대문 시장을 돌고 두 시간 찜질방에서 눈을 붙인 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남대문 시장을 돌았다"며 "발품을 팔아 좋은 거래처를 찾을 방법만 생각하며 시장을 훑고 다녔다"고 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2~3년이 더 걸렸다. 쇼핑몰이 한번 커지기 시작하자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 이렇게 키워낸 '육육걸즈'는 현재 하루 20만명이 찾는 회원 80만명의 온라인 쇼핑몰이 됐다.

박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꾸준함'을 꼽았다. 요즘도 하루 두 시간 자던 시절처럼 일한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은 대표의 역량이 특히 중요하다"며 "사진과 코디 등 그 쇼핑몰만의 분위기를 놓치면 다른 곳과 비슷해질 수 있어 아직도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고 했다.

◇"제가 더 부자 되는 기분…기부 포기 못하죠"=박 대표는 사업뿐만 아니라 기부도 꾸준히 하려 한다. "기부를 하면 내 마음이 더 부자가 되는 기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청소년쉼터에 기부를 하면 도움을 받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편지가 온다"며 "옷이 한벌밖에 없어 빨래를 하면 안 마른 상태에서 입고 다녔었는데 옷을 기부해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으면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변에도 기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나눌 때 찾아오는 따뜻함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다. 이미 육육걸즈 직원들에게 연탄 봉사는 겨울 연례 행사다. 연말마다 모금행사도 진행한다. 모든 직원들이 최소 600원 이상 원하는 대로 기부하도록 한다.

박 대표는 기부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사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 전쟁에 시달리다 막상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돼 힘든 '헬조선'에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힘든 상황일수록 서로 욕심을 버리고 조금 더 도우면서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되뇌인다. 그래서 아직까지 명품가방 하나 없다. 박 대표는 "10대, 20대 어린 고객들을 공략하는 만큼 저렴한 옷을 주로 파는데 명품으로 사치를 부린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명품백 하나 갖기 보다 이렇게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며 값어치 있게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출에 욕심을 내면 피곤해지기만 하더라"며 "사업을 할 때도 늘 마음을 비우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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