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혁신의 결과는 안목에서 온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7.11.30 04: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벤처기업이 미세먼지 제거필터가 달린 스마트마스크를 100달러에 내놨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황사마스크는 인터넷쇼핑몰에서 60개를 4만원 정도(개당 약 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스마트마스크에 투자할까.

최근 청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이 다수 모인 포럼에서 한 선배 벤처기업 대표는 실제 팬을 단 마스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거절한 적이 있는데 이 팀이 인도네시아의 벤처캐피탈 사이에선 인기 최고였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가면 스쿠터가 많아 도로에 매연이 많다. 일반 마스크를 쓰면 답답한데 팬이 있으면 숨쉬기가 편하기 때문에 현지 투자자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크팀의 투자유치 성공비결로 ‘필요성’과 ‘글로벌’을 꼽았다. 이 대표는 “이제 국내 투자자들도 더 이상 국내에서 성공할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글로벌하게 성공할 수 있는, 혁신성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일담은 20~30대 스타트업 대표들은 물론 투자자들과 사내 벤처를 육성하는 경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올해 거의 모든 포럼과 세미나의 주제에 포함될 만큼 흔히 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혁신과 혁명은 계획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혁신과 혁명은 결과적으로 크나큰 변화와 성과가 나왔을 때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윤지환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교수는 “혁신이라는 결과로 가는 과정은 반드시 혁신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미미할 수도 있고 심지어 의도치 않았던 실수에 의해서일 수도 있다”며 “조직 내 창의성을 조성하고 발견하는 리더의 노력과 안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는 ‘혁신성장’을 핵심 정책과제로 내놨고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만들었다. ‘혁신성’이 넘치는 스타트업이 잇따라 나오려면 고루한 정부의 잣대보다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우선이다.

가죽 ‘혁’(革)이 들어가는 혁신과 혁명은 가죽이 벗겨지는 아픔이 동반된다고 한다. 싸구려 마스크에 안주하면 팬이 달린 마스크 개발은 요원하다. 뿌연 먼지 속에서 가죽이 벗겨질 정도(혁신)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기업이 숨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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