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미화원 통장 100개, 멋대로 만든 은행 지점장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 2017.12.01 05:00

노조 지부장과 통장 100개 임의로 만들어…"합법적인 절차" 해명

A씨(50) 등 금천구청 소속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 100명에게 무단으로 발급된 통장 중 하나./사진=이보라 기자
국내 대표 시중은행 지점장이 노조 간부와 짜고 구청 환경미화원들의 통장을 100개나 무단으로 발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은 "환경미화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30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청 소속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 A씨(50) 등은 우리은행 금천구청지점장 B씨과 직원 C씨,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서울 환경미화원 노조) 금천지부장 D씨(49)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남부지검에 28일 고소했다.

B씨 등은 환경미화원들이 노조에 가입할 때 기입한 신상정보 등을 이용해 환경미화원 100명의 통장을 임의로 만든 혐의다.

고소인에 따르면 B씨 등은 올해 6월 28일 매달 실시되는 금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안전교육 설명회에서 A씨 등 환경미화원 100명에게 이들 명의로 개설된 통장과 거래신청서를 나눠줬다. 환경미화원들의 사전 동의가 없었지만 통장에는 이미 이름과 발행일자, 계좌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B씨 등은 환경미화원들에게 "이 통장을 이용하면 (기존에 받았던) 퇴직금 담보 대출 이자를 낮춰주겠다"고 홍보하며 신분증을 복사해 현장에서 제출하라고 권유했다. 인사권(자리 배치)을 가진 지부장 D씨 지시에 따라 대다수 환경미화원은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고 통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 등 일부가 D씨에게 "임의로 통장을 발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반발했다.

은행 측이 통장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돌려준 환경미화원들의 일부 통장을 폐기조차 하지 않은 정황도 있다. A씨는 통장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받지 않았다. 이후 통장 폐기 여부가 궁금해 우리은행 금천구청지점에 문의하자 지점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폐기가 된다. 현재 폐기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는 설명이다.


통장 일부는 'PC 뱅킹'도 가능한 것으로 나와 온라인 금융 거래가 사전에 무단으로 이뤄질 위험성도 있었다.

A씨 등은 7월 금천구청장과 서울시청노조 위원장에게 D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금천구청장은 D씨에게 경위서를 작성하게 했고 서울시청노조 위원장은 3개월간 노조회의 참석 자격을 박탈하는 직무정지 처분 등 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 금천구청지점은 공식 사과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환경미화원들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고 있다"며 "생각지도 못한 대출과 보증 등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점장 B씨는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금융실명법에 따라 합법하게 이뤄진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지부장 D씨는 "은행에서 연말 정산할 때 혜택을 주는 통장이 나왔다고 하길래 환경미화원에게 이익을 주자는 의도였다. 대다수가 만족하며 사용한다"며 "과정을 잘못한 점은 인정해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징계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일부 지점에서 과도한 영업이 이뤄진 것 같다"며 "해당 영업점과 당사자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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