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환급 부메랑', 10년뒤 벼랑 끝 상조회사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정한결 기자 | 2017.12.04 05:53

과거 과열경쟁 '만기환급 100%' 조항에 업계 상위 A사 폐업 위기…"소비자 주의보"

지난달 30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찾은 서울 A사 사무실 문에는 우편물 수령 안내서가 붙어있었고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사진=정한결 기자
국내 상조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7년. 김모씨(68)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광고를 보고 상조업체 A사를 선택했다. 10년간 매월 1만9800원씩 납입해 만기 때까지 행사(장례)가 없으면 100%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다행히 10년간 행사가 없었고 만기를 채운 올해 9월 A사에 환급을 요청했다. A사는 10월 말까지 환급을 약속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전화 연결도 안돼 찾아간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취재진이 만난 A사 입주 건물 관계자는 최근 7개월간 임대료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A사 사무실은 주요 집기만 빠져나간 상태로 회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조업체들이 '100% 만기환급금 보장' 등을 내세워 급성장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소비자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만기를 채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자를 끌어모았던 매력적 조항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폭탄이 돼버린 셈이다.

업계 상위권이었으나 최근 폐업위기에 몰린 A사가 대표적이다. 4일 서울 금천경찰서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A사를 상대로 고소장이 2건 접수됐다. 만기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마저 끊기자 소비자들이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한국상조공제조합 등에 연일 민원도 쏟아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A사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건만 70여건에 달한다.

A사는 부도·폐업 위험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54%까지 떨어졌다. 전체 업계평균(90%)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결국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지난달 A사와 계약을 중지했다. 할부거래법상 소비자보호를 위해 상조회사는 공제조합이 운용하는 공제상품에 가입하거나 은행에 납입금 절반을 예치해야 하는데 공제조합이 A사의 재무상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달 8일까지 A사가 적정 수준의 자본을 갖추지 못하면 조합과 계약은 완전히 해지된다.

사업자 등록·폐지 등을 담당하는 서울시는 공제조합과 A사의 계약이 해지되면 행정조치(폐업)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경애 서울시 공정경제과 소비자보호팀장은 "A사에 시정권고도 하고 과태료 처분도 내렸지만 현재 회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A사가 올해 3월 말 기준 회원들에게 받은 선수금은 218억원이다. 판매한 주요 상조상품 금액 평균(405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5000개 이상이 팔렸고, 여기에 할부로 납입하는 특성을 반영하면 실제는 수만 명 이상이 상조서비스를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폐업할 경우 납입금의 절반을 돌려받거나 환급 없이 공제조합에 속한 다른 상조업체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있다. 하지만 100% 만기환급금을 받기는 어렵다.

경영상 문제라서 형사 처벌도 곤란하다. 금천경찰서는 A사 고소 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 환급금 미지급 사태에 고의성이 없어 사기 혐의 적용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상조업계도 충격이다. 선수금 100억원만 넘어도 상위 30% 수준일 정도로 영세업체가 많은 현실에서 A사는 전국 186개(올 3월 말 등록 기준) 상조업체 중 상위권 회사였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어져온 과열경쟁 문제가 10년 만에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100% 환급 상품은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아직도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가전제품을 팔면서 장례지원서비스를 10년 이상 장기 할부로 끼워파는 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15년, 20년 동안 (폐업하지 않고) 버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히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관련 상품이 소비자보호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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