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조 수석이 공개 영상을 통해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인용한 게 천주교의 반발을 샀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튿날 공개 질의서를 통해 "교황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오해가 없게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천주교 주교회의를 방문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이나 종교 분야 담당인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동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조 수석이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3년 8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교황이 '새로운 균형점(new bala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다. 다만 조국 수석이 짧게 인용하기엔 오해를 살만한 여지가 크다. 교황의 의도한 바는 낙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카톨릭의 태도 변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교황은 카톨릭교회가 낙태나 동성애 등 이슈들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자는 의미로 ‘새로운 균형점’이라는 단어를 썼다. 맥락상 카톨릭이 그런 이슈에 매몰돼선 안 되다는 의미였다. 즉 낙태·동성애·피임 등에 대한 즉각적 태도변화가 아니라 그 이슈를 다루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균형감각을 찾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이 인터뷰에 대해 USA투데이도 '교황이 낙태, 동성애자, 피임에 대해 덜 집중하는 방안을 추구한다'(Pope seeks less focus on abortion, gays, contraception)라고 달았다.
해당 인터뷰는 일개 언론사의 개별 인터뷰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인 예수회가 발간하는 공식 저널 편집자들이 질문을 모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번째 공식 인터뷰였다. 이탈리아어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은 바티칸의 공식 승인을 거쳐 5명의 번역 전문가가 영어로 옮길 정도로 비중있게 다뤄졌다.
그러나 1만2000개(영어기준) 단어로 이뤄진 긴 인터뷰에서 해당 부분만 강조돼 인용되면서 당시에도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항이 낙태한 여성과 이혼한 자, 동성애자에 대해 자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임 교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이에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은 교황이 낙태와 동성애 등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인터뷰 전체를 보면 교황은 '낙태반대' 등 기존의 카톨릭 질서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한편 천주교계는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다음달 3일부터 대대적으로 전개한다고 예고했다. 이미 전국 각 교구에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협조 요청' 공문이 발송됐다. 한국 천주교계가 낙태와 관련해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1992년 이후 25년 만이다.
“We cannot insist only on issues related to abortion, gay marriage and the use of contraceptive methods. This is not possible. I have not spoken much about these things, and I was reprimanded for that. But when we speak about these issues, we have to talk about them in a context. The teaching of the church, for that matter, is clear and I am a son of the church, but it is not necessary to talk about these issues all the time.
“The dogmatic and moral teachings of the church are not all equivalent. The church’s pastoral ministry cannot be obsessed with the transmission of a disjointed multitude of doctrines to be imposed insistently. Proclamation in a missionary style focuses on the essentials, on the necessary things: this is also what fascinates and attracts more, what makes the heart burn, as it did for the disciples at Emmaus. We have to find a new balance; otherwise even the moral edifice of the church is likely to fall like a house of cards, losing the freshness and fragrance of the Gospel. The proposal of the Gospel must be more simple, profound, radiant. It is from this proposition that the moral consequences then flow.
전체 인터뷰 원문은 아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americamagazine.org/faith/2013/09/30/big-heart-open-god-interview-pope-fra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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