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갑(甲)질 막는 공정위 기업엔 갑(甲)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7.11.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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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현대모비스가 신청한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재계 안팎에서 터져 나온 볼멘소리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전국 16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판매 목표를 강제하고 '임의매출', '협의매출'의 명목으로 물량을 떠넘긴 혐의로 2013년부터 공정위 사무처의 조사를 받아온 것 관련해 지난 5월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안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면 위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공정위 조사를 끝내는 제도다.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와 함께 1차적으로 대리점 피해구제를 위해 향후 1년간 대리점 피해보상과 상생기금 추가 출연 등이 포함된 자체 시정안을 제시했고 공정위 보완 요청에 따라 이번에 2차 시정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여기엔 중립적인 ‘피해구제협의회’를 통한 대리점 피해보상과 담보제도 개선, 상생협력기금 200억원 출연과 같은 대리점 후생증진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 안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6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서 예상된 과징금이 최대 20억4400만원 수준이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보다 10배 이상인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시정안을 제시했다.


법적 제재보단 신속한 피해구제를 통해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얘기다. 이를 공정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업계에선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업에 요구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벌들이 법을 위반하면 다 고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취임 이후 첫 동의의결 심사에서 재벌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동의의결 결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공정위가 자체 시정안을 수용한 'SAP코리아'와 '네이버'의 경우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익 없이 제재를 면해줬다는 비판이 올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반면 지난 2월엔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당한 뒤 공정위로부터 55억원의 과징금을 맞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법원이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 위원장도 이런 점을 의식해 "사전·사후적으로 동의의결 절차를 잘 살펴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정위의 역할은 '재벌 손보기'도 중소기업 편들기도 아니다. 그건 중소기업벤처부에 맡기면 된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 관행'을 만드는 조정자 역할이다.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동의의결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자성과 개선 의지를 보여준 기업에 대해 좀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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