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서울의 '태양의 도시' 실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7.11.28 05:00
#. 수천년 간 남아메리카대륙을 아우르며 황금도시들을 건설했던 잉카문명. 페루,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까지 안데스 지방의 광대한 지역을 지배했던 잉카 문명은 태양을 숭배하고 황금이 많아 ‘태양의 제국’으로 불렸다. 그 중에서도 마추픽추는 하늘 아래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태양의 도시’로 여겨졌다. 화려한 태양의 신전은 마추픽추가 왜 태양의 도시로 불리우는지 잘 말해준다.

#. 이상 국가 실현을 꿈꾼 이탈리아의 종교인이자 철학자인 토마소 캄파넬라(1568~1639년). 그는 스페인제국과 맞서 싸우다 투옥된 후 1602년 옥중에서 ‘태양의 도시’(Civitas Solis)를 집필했다. 태양의 도시는 그가 꿈꾸던 이상 국가(유토피아)를 표현한 책이다. 결혼 제도와 사유재산제도가 폐지되고, 노동이 모든 시민의 권리가 되는 이상적인 사회를 태양의 도시로 명명했다.

모두 ‘태양의 도시’와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최근 서울시가 또 다른 의미에서 ‘태양의 도시’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서울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태양의 도시 프로젝트는 인구 1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도시 서울을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생산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 서울 360만 가구 가운데 100만 가구만 가정용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경우 태양광 발전용량은 현재 131.7㎿에서 8배 수준인 1000㎿(1GW)로 늘어나게 돼 원전 1기 분량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성향을 바꾸는 그야말로 도시 대개조 프로젝트다.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면 에너지에 대한 근원적 생각도 바뀌기 마련이다. 태양광 발전 도입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절약 정신도 커지는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일각에선 태양의 도시 선언을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 의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기가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까지 1조7000억원이 투입될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주도적으로 맡지 않고 다른 시장이 들어선다면 흐지부지 끝날 게 분명하다.

규모 등 대책 세부로 들어가면 이견이 있지만 미세먼지가 부각되고 지진으로 원전 안전이 위협받는 시대에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누가 내년 서울시장이 되든지 모처럼 불어온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거스르기 힘든 추세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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