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이어 대출한도 자율 시대 열린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7.11.26 12:00

[여신심사선진화 방안]DSR 도입, 획일적 대출한도 은행별로 차별화… "현장 혼란 클 것" 우려도

내년부터는 가계대출한도가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 내에서 은행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금리자유화에 이은 대출한도 자율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출현장에선 혼란만 야기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26일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의 후속대책으로 신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은 내년 1분기, 2금융권은 3분기부터 시범 운영하고 은행은 내년 4분기, 2금융권은 2019년 2분기부터 관리지표로 활용된다.

신DTI와 DSR 비율산정시 분모에 해당하는 '소득'은 최근 2년간 소득을 확인토록 하고 장래소득을 반영해 한도를 늘려주거나 증빙이 어려운 인정·신고소득은 한도를 감액토록 했다. 분자인 '대출'은 대출종류, 상환방식 등에 따라 차주의 실질적 상환부담을 반영토록 했다.

신DTI와 DSR 모두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여신심사 제도다. 신DTI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고 DSR은 주담대를 포함해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비율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신DTI가 규제비율로 이를 초과한 대출이 불가한 반면 DSR은 금융당국이 산정방식만 제시하고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DSR이 높더라도 은행의 자체 판단에 따라 대출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DSR 도입 검토 과정에서 은행권에선 구체적인 규제비율을 정해달라는 요구가 계속됐지만 금융당국은 '은행 자율 원칙'을 고수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규제비율을 정부가 정해주면서 금융회사의 자체 여신심사 역량은 떨어지고 대출관행이 왜곡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는 차주의 상환능력에 면밀한 심사 대신 DTI 비율까지 대출한도를 적용하고 고객은 DTI 규제한도까지는 대출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인식해 왔다는 것.

금융당국은 앞으로 고DSR 비율만을 정하고 은행들이 고DSR 대출을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형주 금융정책과장은 "1년 정도 시범운영을 하면서 예상손실률 등 데이터가 축적되면 내년 4분기에 고DSR 비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인 만큼 고DSR 대출이라도 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출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다만 고DSR 차주가 상환불능이 됐을 때 원금상환유예, 원리금감면 등 채무조정에 DSR 수준을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취급했으면 은행이 그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하라는 의미다.

DSR 비율에 따른 대출가능 여부, 한도 조정 여부를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면서 대출 현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주담대의 경우 지금은 집값과 본인의 연봉 정보만 있으면 대출한도를 예측할 수 있지만 앞으론 은행 상담을 받아야만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은행마다 대출가능여부, 대출한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대출이 필요할 경우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고DSR 대출이라도 A은행은 거절하는 반면 B은행은 정책적으로 승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DSR 제도의 정착까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권에선 "당국의 기준이 없으면 은행별로 대출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은행에 다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생기고 금리도 다 차별화돼 금리비교공시도 의미가 없어진다"며 "소비자 불편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국세청 과세 정보를 공유해 주지 않고 은행에게 알아서 파악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일부 소비자 불편이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여신심사가 선진국형이라고 강조한다. 획일적 기준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나 대출한도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게 아닌 만큼 얼마나 정확히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느냐가 은행의 대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 금융당국은 또 최고 대출한도인 DTI 한도까지 무조건 대출해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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