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는 지난 23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지금보다 16시간 줄어든 52시간으로 하고,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 7월부터 단축된 근로시간이 적용되고, 50~299인 기업과 5~49인 이하 기업은 각각 1년6개월씩 기간을 두고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식품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식품 생산, 외식서비스, 급식 등 대부분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탓이다.
특히 모든 점포마다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을 기본적으로 배치해 많은 인력이 필요한 급식업체들은 일단 정부 조치를 따를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악화는 물론, 아예 인력 조달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크게 걱정했다.
A급식업체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한 급식업계는 결국 인건비와 재료비 싸움"이라며 "내년 최저시급 인상에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급식업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못지 않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업체 관계자 역시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기업에 대한 압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급식은 새벽 식재료 준비부터 거의 24시간 돌아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인력이라든지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증가를 가격 인상으로 상쇄해주지 않는 정부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C업체 관계자는 "임금 인상분을 고려하지 않고 동떨어진 급식단가를 고집하는 정부의 엇박자도 문제"라며 "늘어난 비용을 가격으로 전가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동화 확대, 신규 채용 단절, 인력 감축 등 채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위기는 식품 제조업체들이나 프랜차이즈 업계도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공정의 상당부문을 자동화했더라도 식품인 탓에 자동차나 중후장대 업종과 달리 원료 투입, 품질 관리 등 중간 관리자의 손길을 거칠 일이 많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 공장들이 대부분 2교대로 운영되는데 앞으로는 인력을 충원해 3교대 체제로 바꾸는 등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근무시간 단축이 사실상 또 한 번의 임금 인상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한 프랜차이즈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 근로시간을 단축했을 때도 고용창출 효과보다는 임금 상승효과가 나타났다"며 "신규 채용하려면 4대보험, 기타 복리후생 등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결국 기존 직원들이 이전대로 근무하면서 추가근무에 대한 연장수당을 받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좋은 의도에서 시행되는 정부 정책인만큼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 D업체 관계자는 "어디나 집중적으로 일하는 시간대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면 될 것"이라며 "비용 부담 등은 예단하기 어렵고, 좋은 의도가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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