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동이사제 기업경영에 심각한 부작용 우려

머니투데이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 2017.11.27 05:30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최근 금융권에서 불붙은 근로자 경영참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시행에 대한 논란 이후 다시금 노사관계 쟁점이 되고 있다.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노사관계에서도 상생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로 출발했지만 주주이익이 침해되고 의사결정 지연 등 경영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들도 많다.

사실 노동이사제는 독일의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연합국의 군수산업 통제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서 마련된 경영참여 모델이다. 이후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를 원칙으로 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배경 하에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주자본주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도입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주식시장 중심의 시장 금융주의 하에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이사회는 우리와 달리 경영과 감독이 분리되어 있는 이원적 구조로,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해 실질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노사관계 현실에서도 독일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다. 독일은 중대한 경제고비마다 노사 협력과 타협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위기를 극복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 노사관계는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항목 중‘노사협력'에서 전체 137국 중 최하위권인 130위일 정도로 대립적이다. 이런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이사제가 안정적 노사관계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마크롱 정부의 노동 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는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프랑스 역시 우리와 같이 극단적 노사갈등으로 국가경쟁력은 22위로 높은 반면에‘노사협력’항목은 109위로 저조하다. 이렇듯 노동이사제는 노사협력을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립적 노사관계 하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다양한 경영참여 유형 중에 가장 직접적이고 최종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노동이사제가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노사 갈등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근로자 경영참여는 그 강도에 비례해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례로 유나이티드 항공의 사례를 들 수 있다. 1994년 유나이티드 항공은 계속된 노사분규를 경험한 이 후 모회사 주식의 55%를 종업원이 갖도록 하는 종업원 대주주제를 채택했다. 새로 구성될 12인 이사회에도 노동조합 측에서 3명이 참가해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경영계와 일부근로자는 회사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했지만 미국 정부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노동장관이 노사 분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하나의 바람직한 표본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회사는 2002년 파산하고 주가도 폭락했다. 회사가 경영위기 극복과 이익 극대화 보다는 과도한 임금인상과 복지에 중점을 두고 막강한 노동조합의 반대로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실시하지 못한게 주요 원인이었다.

세계 각국은 금융과 자본시장의 특성, 노사관계 문화 등 전혀 다른 배경 하에 근로자 참여제도도 자국의 환경에 맞게 각기 다른 형태로 도입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오랜 역사와 경험, 경제‧사회적 배경을 갖추고 있는 유럽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 기업경쟁력에 불이익을 주고 신(新)산업의 생성과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많다. 기본적인 경제체제와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도입된다면 그 부작용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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