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일주일 연기, '신의 한 수' 였다

수능 기존대로 봤다면 규모 3.6 여진 맞을 뻔…큰 지진 피해 무탈히 치러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항여고 대체시험장인 포항이동중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큰 지진 없이 무사히 끝나자 당초 16일에서 일주일 연기한 것이 '신의 한 수'라 할만큼 좋은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능을 12시간 앞두고 날짜를 바꾼 정부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여진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능 당일인 23일에는 규모 2.0 미만 여진이 네 차례 발생한 것이 전부였다. 포항 지역에서 이날 오전 8시4분쯤 규모 1.6, 오전 9시27분쯤 규모 1.3, 오전 10시31분쯤 규모 1.0, 오전 11시35분쯤 규모 1.7 등이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 가운데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별다른 영향이 없어 시험은 중단 없이 무사히 치러졌다.

수능 전날인 22일에도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두 차례 발생했고, 수능이 끝난 뒤 23일 밤 11시27분에도 규모 2.3의 여진이 다시 발생했다.

특히 당초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16일에는 1교시 국어영역이 시작되는 오전 8시40분부터 5교시(제2외국어)가 끝나는 오후 5시40분까지 규모 2.0에서 3.6 사이의 여진이 총 8회 발생했다. 1교시 국어영역이 시작된 지 22분 만에 발생한 규모 3.6의 여진으로 인해 포항 지역에서 수험생들이 대피하는 사태까지 이를 뻔 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항이동고등학교에서 아버지가 시험을 마친 수험생 딸을 업어주고 있다. 2017.11.23/뉴스1

이 같은 이유로 수험생과 수험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승진씨(49)는 "수능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다른 많은 수험생들도 혼란을 겪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지진을 피해 무사히 치렀기 때문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수생 최모군(19)도 "정부가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연기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며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 큰 영향 없이 무사히 수능을 마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수능 연기를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23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잘했다'(매우 잘했음 54.9%·잘한 편 28.7%)는 응답이 83.6%로 나타났다. '잘못했다'(매우 잘못했음 7.2%·잘못한 편 5.6%)는 응답은 12.8%로 분석됐다. '잘 모름'은 3.6%였다.

아울러 정부가 포항 지역에 예비 시험장과 버스를 마련하고, 12개 고사장에는 지진계를 설치하는 등 유사시 대피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조치한 것도 잘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