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법의학자인 저자는 고흐가 생을 마칠 무렵 그린 그림 '도비니의 정원'(1890)을 통해 그 죽음의 진실을 추적한다. 바젤의 스테크린과 일본의 히로시마 미술관에 소장된 두 점의 '도비니의 정원'을 비교해 한쪽에만 등장하는 고양이의 족적을 조사하고, 고흐가 절망 속을 헤매던 1890년 7월경 그린 '비오는 오베르의 풍경'의 고양이에서 단서를 찾는다. 또 고흐가 죽기 전까지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700여 통의 편지, 600여 점의 작품을 분석해 고흐의 정신장애, 내성적인 동시에 난폭했던 성격, 고독과 절망감의 심리상태 등 자살인자를 도출해낸다.
'단 한 명의 죽음도 억울한 죽음이어서는 안 된다'는 신조에 따라 망인들의 사인을 규명해 온 저자가 예술가들의 작품을 해부하고 그들의 죽음에 관해 펼쳐놓는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이밖에도 러시아의 음악가 차이콥스키(1840~1893)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콜레라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명예재판을 받아 사약을 마시고 죽게 된 사연,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역시 뱀독에 의한 자살이 아닌 일산화탄소에 의한 사망이었다는 점 등 신비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 문국진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28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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