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입실 종료 시간인 오전 8시10분.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학생들로 떠들썩했던 고사장 정문 앞이 차분해졌다. 학생들은 쓰레기를 치우며 뒷정리를 하고 집으로 속속 돌아갔다.
서울 개포고 앞 중동고 학생들은 이날 입실 종료로 정문이 닫히자 정문 앞에 나란히 섰다. 이들은 고사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한 뒤 큰절을 하고 해산에 들어갔다.
중동고 김성혁군(17)은 쓰레기를 치우며 "뒷정리도 응원의 연장"이라며 "선배들 시험 보는 곳이 더러우면 좋지 않은 기운이 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고에서도 정문이 닫히면서 후배들의 응원도 막을 내렸다. 학생들은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이날을 기념했다. 응원단이 자리를 뜨자 용산고 앞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교문 밖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응원하던 학생들은 떠났지만 일부 수험생 부모들은 발길을 떼지 못했다. 서울 환일고 수험생 학부모 김모씨(54)는 이날 오전 8시 40분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서울 경복고 정문 맞은 편에서 학교를 물끄러미 지켜봤다.
김씨는 "시험 시작종 울리면 가려고 했는데 잘 안 들린다"며 학교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김씨는 평소 종교는 없지만 이날은 다른 수험생 학부모와 만나 교회든 성당이든 가서 기도할 계획이다.
개포고 앞 학부모들도 정문 옆 난간에 나란히 기대 자리를 지켰다. 한 수험생 학부모는 "학교 앞을 못 떠나겠다. 혹시나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겨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다. 시험 시작 종소리라도 들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고 수험생 학부모 조지예씨(47)도 "아이가 혹시 시험날 탈이 날까 걱정돼 며칠 전부터 점심에 똑같은 반찬을 먹였다. 문제없이 시험이 잘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험장을 함께 찾은 중학생 동생은 "3년 후에 저도 같은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심란하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아슬아슬하게 고사장에 입실했다. 서울 개포고에서 한 수험생은 입실 마감 시간 15분이 지난 오전 8시 25분쯤 고사장 앞에 도착했지만 입실에 성공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수험생을 고사장까지 데려다주거나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 경찰의 전국 수험생 교통지원 건수는 총 1112건이었다. 그중 지진 피해지역인 포항에서 발생한 지원 건수는 총 8건이었다.
유형별로는 경찰 차량이 고사장까지 수험생을 직접 태워주거나 모범택시 등 빈차가 협조해 데려다 준 건이 955건으로 집계됐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간 수험생이 정확한 고사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도록 도운 사례가 59건, 수험표를 대신 찾아준 사례도 13건이 있었다.
무사히 고사장에 들어간 수험생들은 시험 개시 전 1분이라도 더 책을 보는 분위기였다. 서울 이화외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고사장 안에서 가져온 수험서를 펼친 채 공부에 열중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가만히 생각에 잠기거나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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