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동력은 전쟁 아닌 기후변화?…백두산이 폭발하면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11.26 09:40

[따끈따끈 새책]'지구 위에서 본 우리 역사'… "내가 아는 역사가 진짜 역사일까?"

시험 전, 역사 교과서를 공부할 때 마다 별표에 돼지꼬리 등을 쳐가며 암기했던 게 있다. 당시 어떤 왕이 집권했나, 그 왕의 정책은 어떠했나, 어떤 전쟁이 일어났는가 등이었다.

저자는 이렇게만 봐왔던 역사를 '지구 위에서' 한 번 비틀어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요즘 역사학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기록물, 유물, 유골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만 신빙성 있는 역사자료로 취급했던 실증주의적 역사 고증방법은 그동안 더 깊은 무언가를 밝혀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글자로 남아 있지 않아도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콘텐츠를 중시하고, 새로운 자료를 통합해 과거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자는 '역사인류학'이 대두됐다.

환경오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경실련 환경개발센터에서 오랜 기간 일한 저자는 특히 기후변화가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빙하기 이후 1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반도는 풍요롭고 선진적이었으며 힘센 집단이 살던 곳이었다. 고고학적 발굴에 따르면 신석기시대 토기나 철기시대 도구는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몇천 년 이상 앞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기 600년대 후반부터 그 기세가 주춤하더니 1000년 무렵에는 중국을 장악한 세력에게도 뒤처졌다.


저자는 그 이유로 '백운봉기 폭발'이라 불리는 '백두산 폭발'을 꼽는다. 저자 설명에 따르면 백운봉기 폭발은 지난 5000년간 세계서 가장 규모가 큰 화산폭발로, 폼페이를 화산재에 묻었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수십배에 달했다. 화산재 때문에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졌고, 농작물 생육이 좋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전쟁이 났을 때 쉽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구려와 백제는 멸망했으나, 바람 방향 덕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중국 당나라는 오히려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봐왔던 역사서와는 큰 차이가 있어 색다름의 재미가 느껴진다. 다 읽을 때쯤엔 '그럼 지구환경의 변화가 점점 가속화되는 이 시기에 현대인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답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지구 위에서 본 우리 역사=이진아 지음. 루아크 펴냄. 236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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