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최악은 면했지만… '월풀 떼쓰기'에 덤터기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7.11.22 13:59

(종합)삼성·LG전자 직간접적 타격 원하는 월풀 '소기의 목적' 달성…현지 시장 독점할 듯

뉴욕 맨하탄에 있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의 1층 메인 쇼윈도에 전시된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브랜드 'LG 시그니처'/사진제공=LG전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가전업계는 일단 최악은 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TC에 세이프가드 청원을 제기한 당사자인 월풀(Whirlpool)의 당초 주장대로 미국이 수입하는 '한국 기업이 만든 모든 세탁기(한국 내 생산품 제외)'에 대한 50%라는 초고율 관세는 일단 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기관인 ITC에 호소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려는 월풀은 소기의 목적 달성을 눈앞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대해 고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다. 연간 120만대를 쿼터로 정하고 이를 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서는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매기자는 것이 골자다.

액면 그대로 권고안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TC 위원 2명이 제시한 '쿼터 이내 물량도 20%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의견을 최종 채택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미 세탁기 수출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양사의 연간 미국 세탁기 수출 규모는 200만대 수준으로,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쿼터 이내인 120만대의 세탁기에 관세 20%가 붙는다면 미국에 수출할 필요가 없다"며 "세탁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100% 현지화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ITC는 △1년 차 20% △2년 차 18% △3년 차 15% 등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 등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내놨지만, 핵심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세탁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등을 상실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월풀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될 소지가 크다.


지난해 미국 세탁기 시장은 월풀 38.4%, 삼성전자 16.2%, LG전자 13.1%에서 올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월풀 37.7%, 삼성전자 17.1%, LG전자 13.5% 순의 점유율로 월풀만 하락했다.

월풀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현지 백화점 체인 '시어스'와 소매체인 'K마트'에서 퇴출을 통보받은 반면, 비슷한 시점에 LG전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명품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와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에 대당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세탁기가 전시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처참한 것도 아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6.1%로,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가전업계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월풀은 5월 ITC에 세이프가드 청원을 제기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를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폈다. 업계에서는 월풀의 이런 전략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월풀은 ITC 발표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표정을 관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월풀의 세탁기는 현지 소비자로부터 혁신은 없고 이른바 '올드패션'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를 따라잡지 못하자 세이프가드 청원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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