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랭킹]"바른정당 통합" 알쏭달쏭 안철수 생각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7.11.22 21:35

[the300]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결론 못내…안철수에 '거짓말 정치' 비판



지난 21일 국민의당 의원총회.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최선의 선택"이라며 통합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5시간 동안의 '끝장토론'에도 상당수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을 뿐이다.

안 대표의 주장과 태도에 대해 "거짓말 정치"라는 뼈아픈 비판도 나왔다. 특히 다당체제, 제3당 혁명, 자강론으로 대표되던 안 대표의 새정치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주장으로 달라진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표는 당내에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설득 작업을 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미 바른정당과 통합하기로 답을 정해놓은 '답정너'란 냉소적인 시각도 적잖다. 안 대표가 말하는 바른정당 통합 주장에 제기되는 궁금증을 살펴봤다.

①"연대 말고 고대로"

안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대목마다 통합 연대를 요구받았다. 그때마다 "우리당은 '연대'가 아니라 '고대'로 간다"고 받아쳤다. "국민의당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로지 국민과의 연대만 하겠다"는 이른바 '자강론'이다.

그러나 안 대표의 입에서 '자강론'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바른정당과 연대, 아니 통합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이 소멸하게 된다며 '통합연대'가 '자강론'을 대신했다. '정치는 생물'이니 '고대'에서 '연대'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지만 총선과 대선의 승리 조건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②"통합하면 2당으로"

3당에 머무르지 않고 2당으로, 궁극적으로 1당으로 올라서기 위해 바른정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안 대표의 주장이다. 당장 "40석(국민의당)에 11석(바른정당) 더한다고 어떻게 2당이 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중도통합 세력이 가능성을 보여주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인데 불똥은 엉뚱한 방향을 튀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3당 합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반발이다. 그러자 안 대표는 "당의 외연을 확장해 지방선거에서 2등을 하면 다음 총선에선 1당이 될 수 있다"며 의석수가 아닌 국민 지지율을 뜻하는 것으로 발언했다. 양당이 성공적인 화학적 결합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줄 경우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다만 '3당 합당', '호남 배제', '우클릭' 등 갖가지 난무하는 추측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③"제3정당의 가치" vs "2당으로 올라서야"

안 대표는 의총에서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2당이 되면 자유한국당이 사그라질 것이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지속되면 총선에서 1당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3당으로 머물면 소멸한다"고도 했다. 양당 체제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취지의 발언이지만 3당으로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당으로 올라서기 위한 통합을 한다는 것은 다당체제 유지를 새정치의 가치로 내세웠던 기존 주장과는 모순되는 측면으로 들린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2당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양당 구도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제3세력이 2당이 되고 1당도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그 해결책을 현행 양당 구도를 부추기는 선거제 개편이 아닌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으로 택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④"영호남 대통합의 길"


안 대표는 중도세력의 '빅텐트'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의 의미에 대해 "영호남 대통합의 길이 있고,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중도정치로의 열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이 하나가 되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는 취지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로 구성돼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호남 지역의 상당수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극렬 반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총 11명의 의원 중 유승민·김세연·하태경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영남지역당으로 의미부여를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찍이 바른정당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 정당을 표방했다. 안 대표도 국민의당에 대해 지역구는 호남이 다수지만 총선 정당투표나 대선 지역별 투표를 봤을 때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⑤"중도세력이 3, 4당으로 나뉘어 지리멸렬"

안 대표는 국민의당의 지지율 정체 원인을 "기득권 양당 사이에서 3지대 정당마저 두 개로 나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도 노선으로 볼 수 있는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경쟁하다보니 지지가 나뉘었다는 의미다.

바른정당이 '개혁보수'를 내세워 보수 진영에서 자유한국당과 경쟁해온 것을 고려하면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솔직히 지금 우리의 주적은 자유한국당"이라고 말할 정도다. 바른정당의 지리멸렬에 대해 중도층 공략보다는 기존 보수 진영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다수다. 더구나 3지대에서 두 당이 지지율을 나눠가졌다면 두 당이 합쳤을 때 지지율은 10% 안팎에 머무른다는 얘기도 된다.

⑥"언론때문에..." → "빅텐트 쳐야" → "통합 거론않겠다" → "통합이 최선"

바른정당과 통합 시 지지율이 20%로 치솟는다는 자체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안 대표의 속마음이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에 가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안 대표는 "언론이 앞서 나간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후 한 강연에서는 "중도 세력이 빅텐트를 쳐야 한다"며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호남 중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차원의 회동에서는 "통합, 연합, 연대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통합에서 철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당 가능성까지 떠오른 가운데 열린 '끝장 토론' 의총에서는 다시 "통합이 최선"이라고 드디어 속마음을 드러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를 두고 "지난 석달 간 3번의 큰 거짓말의 파도가 있었다"며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⑦바른정당의 통합 선긋기…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바른정당 통합에 관한 논란 중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다. 안 대표의 통합 주장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조차 "바른정당은? 유승민은?"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두고 당내 혈투를 벌이고 있던 그 시점에 바른정당 인사들은 잇따라 "지금은 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고개를 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도부 다수는 합당론자가 아니라 연대론자"라고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이준석 전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바른정당 내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승민 대표 역시 자신의 입으로 국민의당과 통합하겠다는 말을 꺼낸 적은 없다. 안 대표의 혈투가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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