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힘…'프랑스 심장' 빗장 열었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7.11.23 03:20

대기업과 중소농식품기업 협업으로 글로벌 경쟁력 키워…스타벅스 커피 찌꺼기는 농업용 비료로 재활용 '눈길'

편집자주 | 값싼 수입농산물이 시장에 유통되고, 농촌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성미 급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농촌이 무너진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농업의 진화'를 외치며 의미있는 변화를 일궈내는 시도도 적지않다. 농업계와 대기업간 상시 협력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대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유통할 수 있어 좋고, 농가는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공존의 시대(時代)'를 맞아 농업과 기업이 함께 일구어 가는 상생의 현장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해 5월말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대한민국 식품명인 및 장인 명품 팝업행사(Korean Artisan Gourmet Fair)'가 처음 열린 가운데 현지인들이 한국식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농가와의 상생협력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속 직원들이 커피 찌꺼기로 만든 퇴비를 재활용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아래 사진)
라파예트 백화점은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품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포브스 선정 전 세계 백화점 부문 1위인데다 본관 건물은 프랑스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월 평균 방문객 1천만명 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많은 내국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명소다.

'핫(hot) 플레이스'인 이 곳이 지난 해 다시 뜨거워 졌다. 바로 라파예트 구르메관(본점)에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2주간 진행된 '대한민국 식품명인 및 장인 명품 팝업행사(Korean Artisan Gourmet Fair)'에서다.

한국 식품이 매장에서 전시·판매된 건 라파예트 백화점 개점 122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행사기간중 부각, 유과, 발효식초 등 전체 상품판매의 80% 이상이 프랑스 현지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등 현장반응은 대단했다. 특히 식(食)문화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의 맛과 솜씨가 선택을 받으면서 이를 지켜본 우리 농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자신감이 벅차 올랐다.

그동안 우수 농식품 제품을 만들어 냈지만 마케팅, 해외채널 확보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던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의 해외 네트워크와 수출 플랫폼을 만나면서 일구어낸 값진 성과였다. 지역전통식품의 명품화, 세계화가 이루어 지는 순간이었다.

현대백화점 윤상경 부장은 "식문화의 자존심으로 불리우는 프랑스는 식품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 지기 까지의 역사, 만드는 사람의 스토리, 지역의 특징 등 식문화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며 "그동안 '명인명촌'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해 오면서 우리 농식품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는 데 라파예트 사례를 통해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을 마련하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농식품업계와 협력에 나선 건 지난 2009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보물'이라는 슬로건 하에 우리 농식품 산업의 활로개척 및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명인명촌'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료나 품질 면에서 우수한 지역특화상품과 명인(名人)을 발굴해 '명인명촌' 이라는 브랜드로 이들을 묶어냈다. 또 기존의 지역특산물과 차별화 해 백화점이라는 고급 유통채널을 통해 우수한 지역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명인명촌 매장을 기획했다.

2010년 8월 서울 신촌점, 킨텍스점을 필두로 해 고정 매장운영을 확대해 나갔다. 2011년 목동점, 대구점 오픈에 이어 2012년 미아점, 충청점이 문을 열었다. 2013년 중동점이 오픈할 무렵에는 유통업계 전반에 지역전통식품의 붐이 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4~2015년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전략도 완성해 상품의 진정성, 명인을 통한 지역상품 가치부여, 스토리 텔링이 본격화 됐다.

현대백화점은 이 과정에서 명인명촌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했고, '명인명촌' 참여업체들은 신상품 개발 및 장인 발굴을 목표로 힘을 합쳤다.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상생마진을 운영해 국산 농식품 산업의 활로개척을 위해 노력했다. 2014년의 경우 현대백화점은 수 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 홍보책자, 리플렛, 패키지 디자인 및 인쇄를 지원했고, 마진을 인하해 상생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지난 10월말 현재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점포에서 지역 특화상품을 판매중이며, 해마다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중에 있다. 2014년과 비교할 때 생산자(지역) 수는 58명→72명, 품목수는 168→250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지역농가의 판로 확대 및 프리미엄 전통식품 산업의 육성을 넘어 자사 수출망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국 전통 식재료의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커피업계와 우리 농산물의 색다른 협업도 눈길을 끈다.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1위를 자랑하는 스타벅스는 2015년 3월부터 경기도 평택 미듬영농조합법인과 함께 자원재활용을 위한 이색 도전에 나섰다. 커피 매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를 비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20톤의 커피 찌꺼기와 유기물을 1대9의 비율로 섞은 1만 포대의 친환경 커피 퇴비가 제작되고 있다.

이 퇴비는 경기도내 200여 농가(약 30만평 농지)에 무상으로 제공돼 농업인이 커피박(커피 추출후 나온 찌꺼기) 친환경 비료를 사용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도 보전할 수 있어 스타벅스는 물론 농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서 발생한 커피 찌꺼기 배출량은 4600톤이다. 이중 50%를 넘는 2500톤이 친환경 비료와 축산사료 및 환경에너지 소재인 연료용 펠릿으로 개발을 완료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까지 커피 찌꺼기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커피 찌꺼기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식물 성장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흙 속에 있는 중금속 흡착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의 파트너 격인 미듬영농조합은 경기도 평택에서 6만6000㎡(약 2만평)의 논에 벼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150곳 농가의 300ha 벼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조합에서 가공용 쌀로 제조하고 있는 과자류는 '라이스칩' 등 50개 품목에 달한다. 또 쌀로 만든 과자류의 경우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스칩'의 경우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품목으로 개발돼 스타벅스를 비롯해 항공 기내식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농산물이 커피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에 선보이고, 커피 찌꺼기가 다시 비료가 돼 농촌으로 돌아오는 이같은 상생협력은 새로운 협력모델로 손꼽힌다.

스타벅스는 2009년 웰빙 먹거리와 친환경 쌀과자를 제조·판매하는 미듬영농조합법인과 손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간식 메뉴로 쌀과자를 내놓은 것으로 다이어트 및 웰빙 열풍과 함께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뻥튀기 형태의 라이스 칩을 판매하기 시작해 쌀강정 형태의 라이스 바로 이어졌고 이후 배, 사과,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품목이 계속 확대됐다.

2009년에는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다양한 웰빙 간식을 선보인 곳이 전국 100개 매장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760개 매장, 올해는 1100여개 매장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과 농가의 협력은 매출 증대는 물론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듬영농조합법인이 스타벅스에 '라이스칩' 첫 판매를 시작한 2009년도에는 1억2600만원이었던 매출이 2015년 8월에는 9억300만원까지 상승했다. 또 기술개발에도 힘써 '쌀 분말을 이용한 영양쌀 제조장법''압축팽화를 이용한 곡물과자 제조방법'을 개발해 특허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미듬영농조합법인 전대경 대표는 "대기업과의 협력은 고객들에게 양질의 우수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에도 안정된 판로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측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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