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전날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전에 국내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10곳이 넘는 KB금융 주주사에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3호)과 대표이사(회장)를 이사회 내 모든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정관 변경 안건(4호)에 반대하는 권고문을 보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노조가 추천한 하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주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노조의 이익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전날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원이 찬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에 자문한 것은 기업지배구조원 자체적인 판단이 아닌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국민연금 내부의 '의결권행사지침'에 위배되는지 여부만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기업지배구조원은 이에 대해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을 뿐 찬성을 권고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르면 이사나 감사 선임에 반대하는 사유는 △사외이사 및 감사의 장기 연임(10년 이상)에 따른 독립성 결여 △사외이사 및 감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인한 독립성 결여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75%) 미달 등이다. 국민연금은 하 변호사가 이같은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때 경영에 미칠 영향과 사외이사의 성향 등을 심층 있게 고려하지 않고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지침에만 의존해 내부에서 판단하지 말고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려해야 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과거 정치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이미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가가 있어 전문성이 중복된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자체 결정하고 정관 변경 안건은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원회)에 맡긴데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위에 결정을 맡긴다. 전문위는 기업지배구조원, ISS와 같이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지주사의 대표이사가 소이사회에서 배제돼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 등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지침을 더욱 세부화하고 가다듬는 한편 전문위에 결정을 맡겨야 하는 기준도 명확히 만들어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