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현장 많은데…" vs "女경찰도 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이보라 기자 | 2017.11.22 17:09

경찰대 신입생·간부후보생 모집 성별구분 폐지, 의견 엇갈려…"세부기준 조율 필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제70주년 여경의 날 행사에서 여경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경찰대 신입생과 간부후보생 모집에서 성별 구분을 폐지한다는 정부 발표에 경찰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경찰 간부급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서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경찰이란 직업 특성상 체력과 물리력이 중요한 만큼 성별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여성경찰 대다수는 하위직(순경·경장·경사)에 집중돼 있다. 관리직급에 해당하는 '경감' 이상은 전체 여성경찰의 5% 미만이다. 경무관이나 총경 중 여성 비율은 채 3%도 되지 않는다.

경찰대 입학과 간부후보생 선발에서 뽑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경쟁률도 더 치열하다.

올해 진행한 2018년도 제67기 경찰간부후보생 선발시험 경쟁률은 일반 분야 남자 35대 1, 여자 59대 1이다. 2018년도 경찰대 입시 경쟁률은 일반 분야 남성 57.6대 1, 여자 197.8대 1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3배 이상 더 치열했다. 경찰대는 신입생 100명 중 12명, 간부후보생은 일반직 40명 중 5명을 각각 여성으로 선발한다.

사정이 이러니 성별 구분 폐지를 환영하는 경찰들도 상당하다.

경찰대 출신인 여성 경찰 A 경정은 "경찰은 특히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지배적인데 이는 여성 간부 비율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라며 "순경부터 남녀 통합해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힘들다면 간부급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서 형사과장을 맡고 있는 남성 경찰 B 경정도 "경찰 생활 25년, 형사·수사에서만 15~20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볼 때 뜻이 있고 체력이 되는 여경은 할 수 있다"며 "신체조건이 다르고 육아·출산 문제가 있지만 남녀 간 차별을 둘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직업 특성상 여성 비율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여성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선서 계장인 남성 경찰 C 경감은 "다른 공공기관은 주로 내근이어서 상관없지만 경찰은 직업 특성상 강력 범죄 수사 지휘 등 여자가 하기 부담스러운 일이 많다"며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이런 생각이 다수"라고 말했다.


간부후보생 출신 남성 경찰 D 경정(일선서 형사과장)도 "폭행·주취 폭력·성추행 등 강력범죄 용의자를 제압해야 하는데 여성은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경찰 직업 특성과 남녀의 차이를 무시한 채 성적순으로 뽑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반론도 거세다. 지금도 여성경찰 33%는 주취자 처리, 범인 체포 등 물리력 행사가 필요한 지역 경찰(지구대·파출소 등)에 근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체력 한계에 대한 지적에 A 경정은 "체력이 더 필요하다면 (경찰대에서) 남자와 똑같은 기준을 여성에게 적용하거나 체력 점수 비중을 높여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경찰대에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훈련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쿼터제'는 능력이 되지 않는 소수자를 채용하자는 의미인데 여성 경찰은 해당이 안 된다"며 "모든 능력을 갖췄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차단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회균등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세부적인 기준은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청에서 참모로 근무하는 E 총경은 "원칙적으로 (성별 구분 폐지가) 맞는 방향이지만 이를 구체화 시킬 때는 현실적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체력 등 모든 걸 균등하게 해서 시험을 본다면 여성의 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장인 F 총경도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과 똑같이 현장 업무를 처리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다"며 "피해자 보호나 경제 관련 수사와 같이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1일 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교육부·국방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2018~2022)'을 마련하고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19년 선발 인원부터 경찰대학 신입생 선발과 간부후보생 모집에서 남녀 구분모집은 폐지된다. 또 2022년까지 일반경찰 여성 비율을 현재 10.8%에서 15%로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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