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지났는데 여전한 '여진'=가장 불안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진(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생긴 뒤 발생하는 지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강진(규모 5.4) 이후 21일 오후 4시24분 기준 여진은 총 61회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 3.0 미만이 55회로 가장 많고, 규모 3.0 이상 4.0 미만 여진이 5회, 규모 4.0 이상 5.0 미만 여진이 1회 발생했다.
이를 날짜별로 살펴보면 여진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다. 15일에는 총 33회 발생했고, 16일에는 16회, 17일 3회, 18일에는 발생하지 않았다가 19일에 다시 5회, 20일 1회, 21일에는 다시 3회로 늘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여진은 21일 오전 9시53분에 경북 포항 북구 북북서쪽 8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4의 지진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수능에서도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진 전문가는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도 한 달 가까이 여진이 발생했다"며 "포항 지역도 발생 가능성이 있고 다만 확률적으로 더 큰 것이 안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붕괴 위험 없다지만…불안한 수험생·학부모=교육부는 20일 수능 시행에 관한 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 "포항 지역 모든 시험장에 대해 1~2차 민관 합동점검을 한 결과 구조적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여진이 온다고 해도 붕괴 위험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수험생들의 안전과 심리를 고려해 진앙(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가까운 포항 북부의 4개 시험장을 포항 남부의 대체 시험장 4곳으로 옮기는 조치를 했다. 교육부 설문조사 결과 포항 수험생 응답자 대다수(90.1%)는 "건물이 안전하다면 포항에서 시험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포항 한 고교 수험생인 김모군(19)은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지역에서 시험을 봤으면 했었다"며 "이럴거면 뭣하러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21일 고3 수험생을 둔 엄마라는 한 청원자가 "포항지역 수능을 다른 안전지역에서 치룰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지진 비전문가 '감독관'이 대피 결정…"운에 맡겨야 하나"=지진 전문가가 아닌 학교장과 시험 감독관이 수험생들의 대피 여부를 결정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경미한 진동이 느껴지는 '가 단계'는 시험 중단이 없지만 더 강도가 높은 '나 단계'에서는 시험을 중단하고 책상 밑으로 대피했다가 재개한다. '다 단계'에서는 시험을 멈추고 운동장으로 대피토록 돼 있다.
하지만 학교장과 시험 감독관이 지진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수능 시험을 취소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지진 발생시에도 시험을 이어가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시험 감독관이 지진 진동을 느끼는 정도가 주관적이라 같은 학교라도 어떤 교실은 중단하고, 어떤 교실은 시험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진 전문가는 "어느 정도부터 대피하자는 객관적 기준을 정부와 전문가, 학부모들이 합의해 만들어야 추후라도 불만이 없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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