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의 저출산대책…다자녀 혜택 기준 바꾼다"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세종=정현수 기자 | 2017.11.20 04:35

[머투초대석]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육아기 부모 노동시간 줄여줘야"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2005년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새 단장을 마쳤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부위원장직 신설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의 ‘컨트롤타워’였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부위원장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이끌도록 해 저출산의 해법을 찾도록 했다.

지난 9월25일 위촉장을 받은 김상희 부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 만나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고 말했다.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7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먼저 촘촘한 돌봄과 노동시간 축소, 일자리 문제, 주거불안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아이를 보육시설에서 데려와 식사하고 씻고 하면 밤 9~10시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육아기 엄마들의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다자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셋째 자녀부터 적용했던 다자녀 혜택을 첫째와 둘째 자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조만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국정철학이 담긴 저출산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정권 초기에는 저출산에 방점을 찍고, 고령사회 부분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연령 상향조정은 “개인적으론 상향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1월15일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임인 '100인의 아빠단'을 만나 육아의 고충과 제안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보건복지부 관할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를 복지부의 고유사업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래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위원장직과 사무처를 신설했다. 현재 위원회에는 7개 부처의 공무원들이 파견 나와 있다. 정책을 제대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게 컨트롤타워의 기능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부위원장으로서의 각오를 말해 달라.
▶지난 10년은 사실 ‘잃어버린 10년’이다.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처했으면 10년 동안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구가 소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제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시각, 특히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인 건가.
▶우리 사회는 ‘과로 사회’다. 대도시에선 출퇴근에 한 시간씩 걸린다. 아이를 보육시설에서 데려와 식사하고 씻고 하면 밤 9~10시가 된다. 육아기 엄마들의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 특히 부모의 손을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에게 절대적인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최근 결혼 건수가 두자릿수로 감소했는데, 이는 일자리와 주거 문제 때문이다. 보육시설 확충을 기본으로 하고 노동시간과 일자리, 주거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
-새 정부의 저출산 대책 로드맵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를 토대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국정과제에 육아기 근로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단축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역시 국정과제의 내용이다. 국정과제에 반영돼 있지 않지만 초등학교 돌봄도 강화해야 한다. 보육시설에서 오후 4~5시에 귀가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오후 1시에 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셋째 자녀부터 적용했던 다자녀 혜택은 첫째와 둘째 자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다자녀 혜택의 기준을 바꾸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자녀 등록금 혜택을 받기 위해 셋째 자녀를 낳으려는 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리고 대학을 보낸 뒤에 혜택을 보는 건 의미가 없다. 더욱이 셋째 자녀를 낳는 계층 중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다. 여유 있는 계층에게 혜택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다자녀 혜택은 첫째와 둘째 자녀까지 내려와야 한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2015년에 나왔다. 기본계획의 주기는 5년이다. 정책의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정권의 임기와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려해볼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주기와 임기보다 중요한 건 정권의 철학이다. 컨트롤타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임기를 맞추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본의 ‘1억인구총활약상’처럼 저출산 문제를 틀어쥐고 일하는 곳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저출산 문제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을 힘들 게 만든 사회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만 0~5세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논쟁을 통해 합리적인 정책을 선택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10만원이라는 금액은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인권으로서의 수당이다. 이후에 추가적인 지원은 다시 디자인하면 된다. 야당과도 합의를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의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비혼가족의 차별 철폐 등도 거론되는데, 어떻게 보나.
▶다문화 사회를 준비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민정책을 촉진시킬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계층이 자녀를 낳지 않는 건 여건의 문제지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를 낳기 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정책을 적극 권장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혼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건 필요하다. 그 부분은 충분히 보호해줘야 합니다. 다만 비혼 출산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령사회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정권 초기에는 저출산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고령사회 부분은 기초연금 인상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노인들의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챙기려고 한다. 충격 요법을 써야 할 저출산 문제와 달리 고령사회는 재정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두 문제의 접근법은 다를 수 있다.

-일각에선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견으로선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인연령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년도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저항이 큰 사안이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고 노인연령만 올리면 노인 빈곤 문제는 더 커진다. 자연스러운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것 만큼은 꼭 해야 겠다 싶은 일이 있다면.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촘촘한 돌봄과 노동시간 축소, 주거불안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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