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구덩이에 빠지자 소들이 울부짖었다"

머니투데이 김미혜 송파에코동물병원장 , 정리=김주동 기자 | 2017.11.19 10:05

[네, 동물병원입니다~] 15. 위험을 느끼고 사람을 구조한 동물 이야기

편집자주 |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이 20%를 넘었습니다.(2015년 21.8%, 농림축산식품부) 1000만명이 그들과 함께 한다고도 하는데요. 우리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동물병원 속 재미있고, 때로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포항에서 난 규모 5.4의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사망자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그리고 더 큰 지진이 한국에 올 수도 있다는 얘기에 걱정이 커진다.

지진처럼 위험한 재앙의 낌새가 감지되면 동물들에게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사람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을 앞두고는 두꺼비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 자연재해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종종 화제가 된다.

가끔 방송에는 화재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주인을 구한 개나 고양이의 사연이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병원 손님 중에도 이런 일을 겪은 분이 있다.

'포메라니안'이라는 종의 개만 키우는 분인데 이유가 특별했다. 하루는 집에서 할머니가 주무시는데 포메라니안 방울이(당시 10살)가 같이 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갑자기 불이 나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방울이는 깨어나 자고 있던 할머니의 바지를 물고 짖었다. 천만다행으로 할머니는 잠에서 깨 불길을 피하셨단다.

그 뒤로 방울이는 집의 보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집에서는 이후로 포메라니안 종만 계속해서 키웠다. 포메라니안은 굉장히 똑똑하고 주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견종이기도 하다.

포메라니안. /사진=pixabay
우리병원의 한 간호사 선생님은 고향에서 아버지가 소를 키우신다. 아버지는 평소 소에게 애정을 많이 주셨다고 한다.

하루는 아버지 혼자 트랙터 운전을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트랙터가 갑자기 튀어 나가며 깊은 구덩이에 빠진 일이 있었다. 주변에 사람은 없었고 운전대에 가슴을 세게 부딪히기까지 해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축사의 소들이 흥분하면서 굉장히 큰 소리로 계속 울더라는 것이다. 멀리 있던 어머니는 소들의 큰 울음소리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집으로 오셨고, 재빨리 아버지를 구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동물들이 사람에게 예상 못한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기나긴 세월 교감하며 동물과 사람이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하는 관계가 된 게 아닐까.

김미혜 수의사(송파에코동물병원장)
동물들은 …
말로 표현을 못 하는 대신 행동, 울음소리 등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평소 아이들의 행동과 표정, 그들이 내는 소리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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