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사이언스와 4차 산업혁명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오픈 사이언스가 중요한 이유는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첨단정보융합본부장(이하 김 본부장)=R&D(연구개발) 1세대는 관찰, 2세대는 가설을 수학적인 방법을 통해 증명하는 것, 3세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거대연구라고 한다면, 4세대는 ‘데이터 인텐시브(intensive, 집중적인) R&D’다. 4세대는 데이터와 데이터 간 연결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속성과도 같으며, 이 기반이 되는 것이 ‘오픈 사이언스’다.
오픈 사이언스는 누구나 장벽없이 학술정보를 인터넷에 접속해 읽고 쓸 수 있는 ‘오픈액세스’, 데이터 공유 및 재사용을 통한 R&D 효율화를 뜻하는 ‘오픈데이터’, 목표달성을 위해 내부와 외부 역량을 결합하는 ‘오픈 콜라보레이션’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오픈 사이언스가 4세대 R&D를 지원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도 지원하는 만큼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쓸 때를 떠올려보자. 우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지식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개인이 하는 연구에는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미래 연구로 갈수록 더하다. 따라서 연구자들 간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오픈 사이언스다.
▶박의규 다음소프트 이사(이하 박 이사)=AI가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지식화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빅데이터, AI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기업·기관의 당면 과제다. 현재는 많은 데이터가 각각 개별적으로 보유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개방·공유돼야 실질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사용될 AI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된 자료라든지 사용된 기술들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연구개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오픈 사이언스가 맡은 역할이 크다.
◇韓 수준 저평가…“4차 산업혁명에 맞는 밑그림 그리는 중”
-국내외 오픈 사이언스 현황과 수준은.
▶김 본부장=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중력파 연구는 국내 과학기술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연구는 전기·전자 및 초정밀재료공학 등 온갖 과학기술이 집대성된 융합 연구의 성과다. 이 연구를 실행한 라이고 과학협력단은 세계 14개국 약 10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한국중력파 연구협력단 등 국내 과학자 14명도 있다.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이 같은 과학적 발견은 오픈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동 작업)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 교수=2015년에 나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엔 각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액세스, 오픈데이터, 오픈소스 등을 포함한 오픈 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 정책, 규제, 인프라 등을 분석해놨다. 이제는 글로벌적인 아젠다인 것이다.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구중인 데이터까지 공유하자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오픈 사이언스 수준은 저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인 평가는 선진국에 비교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우리만의 철학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하고 있는 정책을 따라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만의 오픈 사이언스 철학이 정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4P 기반 환경조성…저작권·소유권·인센티브 가이드라인 정립해야
-오픈 사이언스 환경 조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할 일은
▶박 이사=연구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누가 쥘 것인가다. 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할 텐데 이때 권리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지식을 공유·활용하는 다양한 플랫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위키피디아’다.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공유하면서 그 주제에 대한 자료가 확장되고 구체화된다. 이와 같이 오픈 사이언스도 연구나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소셜미디어엔 지진 관련 글들이 쏟아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게 모르게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성향을 고려할 때 오픈 사이언스는 환경만 잘 갖춰진다면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본부장=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오픈은 막연하게 내가 가진 것을 한번에 다 드러내라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엠바고가 있다. 내 데이터를 공개 하되 6개월 뒤 권리 확보가 된 후 해달라고 하든지, 내가 가진 연구성과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니 한 2년 정도 뒤에 공개해 달라는 등의 요청이 충분히 허용된다. 당장 가진 것을 모두 공개하라는 의미가 아닌 데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실제로 있다. 권리자가 내건 조건에 맞춰 오픈을 하는 것이 오픈 사이언스의 기본 정책이다. 이 같은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저작권·소유권·인센티브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의 정립 및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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