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찬물 틀기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 (2)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2017.11.21 06:44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자료=글로벌모니터
전편에 소개해드렸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당시 키워드는 '개방형'(open-ended)이었습니다. 끝이 열려 있다는 뜻이죠. 내년 9월까지로 양적완화가 연장된 것이긴 하지만, 그 때 가서 그냥 완전히 끝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ECB는 굉장히 공을 들여 금융시장에 설명했습니다. 내년 9월에 가서 조금 더 줄이는 '다운사이즈'를 할지, 그 때에는 '테이퍼'를 결정해 QE가 차츰 줄어들어 끝나는 구도를 짤지, 심지어는 QE 규모를 늘려서 시행할지, 모든 시나리오가 열려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공통점은 내년 9월 이후에도 QE는 계속되는 구상이라는 것이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012년 제3차 양적완화(QE3)를 결정할 때에도 이런 '개방형' 구조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영구적인 QE(QEternity)"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ECB가 양적완화를 줄였는데도 유럽 금융환경이 오히려 더 완화된, 놀라운 묘기가 펼쳐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약 2주 만에 ECB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ECB QE를 '영구적인' 것으로 오해해 거품을 마구 키워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머릿속에 들어선 겁니다.

"우리가 양적완화를 영구적으로 지속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듯하지만, 유럽의 자본시장 깊이는 미국과 완전히 다르다. 개인적으로 나는 양적완화가 ECB의 영구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금융시장 깊이가 그만큼 충분히 깊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브누아 퀘레 ECB 집행이사, 리용 컨퍼런스)


위의 발언을 한 퀘레 이사는 ECB의 금융시장 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입니다. 자연히 마리오 드라기 총재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 인물이죠. 이 발언으로 독일 국채시장을 진앙으로 한 시장금리 급등세가 전세계적으로 펼쳐졌습니다.

그 유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뚜렷한 거품 징후를 보이던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 시장입니다. 퀘레 이사가 'QE는 결국 끝나는 것'임을 금융시장에 알린 그 날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크본드 ETF(상징지수펀드)인 HYG는 대량 거래를 수반하며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급락했습니다.
/자료=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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