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의 경제 컨트롤은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매우 미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표현 가운데 하나가 "완화적 긴축"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그 모순된 표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연내 양적긴축을 개시한다"는 메시지를 실어 금융시장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그 뒤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긴축을 하긴 하되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으로" 지극히 조심스럽게 해 나가겠다는 뜻을 힘주어 밝힌 결과입니다. 그래서 긴축신호는 금융시장 환경을 완화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의 역사적인 양적완화(QE) 축소 결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말까지로 되어 있는 QE 시한을 내년 9월까지로 연장하되 월간 규모는 300억유로로 절반 줄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ECB는 "테이퍼가 아니라 다운사이즈이다"라고 강변했습니다.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는 용어인 '테이퍼'(QE를 점차 줄여 결국 종료하는 것)를 극구 피함으로써 통화정책 정상화 개시에 따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죠. 심지어 QE를 더 늘릴 수도 시한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까지 강조했습니다.
자연히 유로존의 금융환경도 이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역설적으로 완화되었습니다. 위험 채권으로 통하는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과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 수익률 간의 격차가 확 줄었습니다. ECB의 역사적인 부양축소 작업이 착수되었는데도 전세계 금융시장은 한 동안 향연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결국 ECB가 다시 찬물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냉각되지 않도록 하려던 것이었는데 너무 뜨거워져버렸다 싶었던 것이죠.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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