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 정신 없을 때 던져야 할 질문 3가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7.11.18 07:31

[줄리아 투자노트]

연말이라 송년 모임을 하느라 바쁘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실제론 바쁘지 않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너무 인맥관리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살짝 고민된다. 아는 분들에게 안부 전화도 드리고 약속도 잡고 사람들을 좀 관리해야 하는데 이러다 경쟁에서 뒤떨어지겠다 하는 걱정도 든다.

여행 정보가 많은 한 가이드를 알고 있는데 그의 소통 수단은 페이스북이다. 그런데 나는 페이스북을 안 한다. 가끔 다른 사람에게서 그 가이드가 알려준 저렴한 여행 정보를 전해 들으면 ‘나도 페이스북을 시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갈등 중 하나는 남들 하는 거 다하고 살기는 힘든데 남들 하는 거 안 하고 살면 불안하다는 점이다. 이런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남들은 뭐하나 눈치 보며 이것저것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생활이 복잡해지고 정신 없이 바쁘게 된다.

예컨대 경력관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학원에 다니고 언젠가 필요하겠지 생각하며 영어를 배우거나 자격증 공부를 한다. (나도 노후대비를 위해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대비를 한다며 일단 뭐든 배우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남들이 많이 하니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각종 SNS에 빠져든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문제는 불안감에 쫓겨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면 정작 본질을 놓치고 몸과 정신이 지쳐간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는 딱 24시간이고 사람의 체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과 체력에 남들 하는 거 다할 수는 없다. 지금 할 일도 다 못하는데 막연한 미래 대비에 쓸 시간은 더더욱 내기 힘들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다. 더 제할 것 없는 단순함이 완벽한 삶에 다가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단순한 삶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3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1. 내가 행복한가=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은 나이 들어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며 사는 내 모습을 그려보니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결국 페이스북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도 좋은 정보를 얻고 소통을 넓힐 수 있다는 효용이 커도 페이스북보다 내가 시간을 쓰고 싶은 더 행복하고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다. 남들이 많이 하니 따라 하고 싶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정말 가고 싶은 모임인지. 내가 행복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2. 명확한 목표가 있는가=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은 직장 다니며 석사 학위를 받은 것이다. 한 선배가 은퇴 후 대학에서 강의라도 하려면 최소한 석사 학위는 있어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교 다니며 재미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중요한 것은 대학 강의가 내게 절실하고 진지한 목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명확한 목표 없이 하는 일은 그저 취미로 그칠 공산이 크다. 석사는 취미로 하기엔 내게 너무 비쌌고 시간 소요도 너무 컸다. 대학원에 다녀 남은 것은 일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학위와 종종 오는 동문회 참석 요청과 동기들과의 단톡방 뿐이다.

3. 인생의 3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는가=인생을 단순화하면 가정과 일, 취미로 나뉜다. 가정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개인으로서의 내가 있다는 말이다. 뭔가를 할 때는 가정, 생계로서의 일, 취미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생계 대비를 포함해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가정과 개인으로서의 내가 희생될 수 있다. 일시적으론 이같은 불균형이 괜찮지만 오래 지속되다 보면 균열이 생겨 문제가 발생한다.

흔히 취미는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인생의 활력을 뺏을 뿐만 아니라 고독한 노후로 가는 지름길이다. 취미란 운동이나 영화 감상. 독서, 골프, 등산, 종교생활, 자원봉사 등이다. 삶을 단순화한다고, 일이 너무 많다고 이런 개인생활을 빼버리면 인생이 무미건조해지고 쉽게 지친다.

취미를 통해 가정과 직장 외의 공동체에 속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같은 공동체는 일을 그만둔 뒤 삶의 버팀목이 된다. ‘과로노인’(후지타 다카노리 지음)이란 책을 보면 빈곤층 노인에겐 공통적으로 수입과 저축, 공동체(의지할 곳) 3가지가 없으며 일만 하다 은퇴하면 직장에서 떠나는 순간 사회에서 고립돼 고독해지는 것은 물론 필요한 도움도 제대로 얻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인생이 복잡하다면 가장 먼저 내가 행복한지 물어보라. 행복하지도 않는데 명확한 목표도 없다면 당장 제해 버려야 한다. 하면 행복하고 좋지만 목표가 불분명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도 빼버려야 한다. 가능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행복과 목표의 교집합만 남겨두는 것이 좋다.

다만 생계로서의 일은 행복하지 않아도 먹고 살 돈을 번다는 명백하고 절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인생에서 쉽게 빼 버리거나 바꿀 수 없다. 가정사에도 때로 행복하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의무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과 일, 개인의 영역이 더 이상 제할 것 없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면 인생이 훨씬 편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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