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광군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7.11.17 04:25
"저희도 정말 '광군제' 해보고 싶네요."

지난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쇼핑축제 '광군제'의 성공소식을 듣고 국내 이커머스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푸념이다.

알리바바 채널들이 하룻동안 기록한 거래액은 총 28조3080억원. 지난해보다 39.3% 늘어난 사상 최고액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약 65조원 규모다. 우리나라 연간 거래액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하루만에 달성했다. 모바일커머스의 위력, 하루만에 진행되는 집중력, 파격적인 할인율, 그리고 즐길거리가 어우러져 낳은 결과다.

우리나라에 해마다 열리는 쇼핑행사로는 '코리아쇼핑페스타'가 있다. 정부 주도로 유통, 제조기업들이 참여해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여러가지로 광군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해마다 광군제와 견주어 제대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행사기간이 너무 길어 집중도가 떨어지고, 할인율도 미미하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일반 세일행사와 차이를 체감할 수 없다.

알리바바처럼 기업들이 별도 행사를 기획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특정일을 두고 '국지전'이 벌어지긴 하지만 큰 화제를 낳지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시장 경쟁자들이 워낙 많아 환경이 다르고 유통구조도 차이가 나 '힘있는 한방'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 푸념이다.


환경을 탓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도 반성할 부분은 있다. 중국의 경우 드넓은 영토와 교통·물류 인프라 미흡으로 이커머스 초기 시장성장의 어려움이 예상됐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며 대규모 축제를 기획하고, 상품역량 뿐만 아니라 데이터 및 마케팅 기술력, 물류 기술력까지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빛나는 기획력'과 1년간의 철저한 준비로 상품기획, 할인, 물류배송, 즐길거리를 준비해 대대적인 쇼핑행사를 연다면 브랜드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배움의 큰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이커머스시장을 선점한 '패왕'이 없는 상황인만큼 '모바일커머스' 격변기에 한 수를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알리바바회장 마윈은 광군제가 사실상 기업에 남기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즐거움, 자사의 기술력과 인재 조직력의 향상을 가져온다고 했다. 한 기업이 이같은 무형의 이득을 취한다는 것 이상의 '실익'이 있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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