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회계가 원죄? 속 끓는 오스템임플란트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7.11.17 11:20

선수금 비율 높게 책정, 경쟁사들보다 매출·영업이익 작아지는 효과

임플란트 업계 1위 오스템임플란트가 후발주자들과 다른 회계처리 방식 때문에 경영실적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3분기 996억원 매출액과 4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업계 2위 덴티움은 매출액 388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남겼다. 3위 디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7억원, 72억원이었다.

매출액에서 오스템임플란트와 후발주자들이 차이가 상당하다. 그러나 영업이익에서는 정반대다. 이 현상은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매출 인식 방법 차이 때문이다.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플란트 기업과 치과의 거래 관행부터 살펴봐야 한다. 임플란트 기업은 치과들과 몇 년 치 물량을 일시에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맺는다. 치과는 대량 공급에 의한 할인을 적용받고 임플란트 기업은 계약 치과에 경쟁사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애초에 막아버린다.

치과는 한 번에 대금을 치를 수 없어 은행 등 금융권과 계약을 맺고 임플란트 업체에 매출채권을 발행한다. 임플란트 업체는 금융사로 가서 매출채권만큼 현금을 수령한다.

여기서부터 길이 갈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돈을 받고 치과가 원하는 만큼 물량을 그때마다 공급한다. 공급량에 해당하는 대금은 매출로, 나머지 물량은 선수금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A치과와 1억원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계약과 함께 2000만원어치를 우선 치과에 공급했다. 이 경우 2000만원이 매출로 인식되고 8000만원은 선수금이 된다. 다음달 2000만원어치가 나간다면 선수금은 6000만원으로 줄고 누적매출은 4000만원으로 는다.

반면 덴티움과 디오는 금융권에서 돈을 받는 동시에 그 액수에 해당하는 물량 대부분을 치과로 보낸다. 일시에 대규모 매출이 잡히는 구조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액 대비 선수금 비율이 47.9%인 반면 덴티움과 디오 비율은 각각 9.3%, 1.5%에 불과했다.


여기에 덴티움과 디오는 전체 직원 수가 오스템임플란트(3분기 말 현재 1480명)의 3분의 1 수준인 378명, 359명일 정도로 조직이 작다. 직원 임금은 손익계산서상 판매비와 관리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실제 덴티움과 디오의 판관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3분의 1 안팎이다.

기업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제하고 영업이익을 산출하기 때문에 판관비의 많고 적음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오스템임플란트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덩치(판관비)값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매출 인식에서 경쟁사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후발주자가 영업이익에서 우리를 앞서는 착시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오스템임플란트가 경쟁사들과 비슷한 제품 공급 구조를 갖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실적으로 덴티움의 선수금 비율을 적용하면 3446억원이던 매출액이 4664억원으로, 디오 방식이면 5022억원으로 뛴다. 매출원가가 그만큼 높아지겠지만 판관비는 고정 성격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 물량을 공급한 만큼 매출로 잡지 않으면 이게 오히려 분식이라는 것이다.

디오 관계자는 "제품을 대량 공급하든, 나눠 공급하든 각자 판단"이라며 "덴티움 상장 당시 금융감독 당국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난 사안을 왜 지금까지 문제 삼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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