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식료품 가격인상은 죄악인가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7.11.14 04:24
"3분기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39개 중 19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마요네즈, 간장, 맥주, 과자(스낵), 소주 등 품목 인상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 센터는 이같은 보도자료를 내놨다. 다수 언론들이 기계적으로 이를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간장가격이 9.4% 올랐다"고 제목으로 달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라면, 맥주, 빵 등 식음료 가격이 인상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보도를 접할 때마다 서글픔을 느낀다. 기사를 읽는 독자로서는 생필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는 인상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격 인상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일이자 죄악으로 간주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소비자단체의 지적을 받은 간장회사 관계자는 "4000원짜리 간장 한병이면 한 식구가 반년을 먹는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데 4년만에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을 받는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자료를 낸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곳이니 정부의 의중이 실려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식음료 가격 인상이 정말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것일까. 우리 경제가 과연 이 정도 물가상승 조차 감내하지 못할 수준일까.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아지면 물가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정상적인 경제구조라면 적절한 물가상승은 국민소득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통상 이상적인 물가상승률은 2%다.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안팎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8%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나 신선식품지수는 각각 2%, 1.8% 상승하는데 그쳤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의 상승률은 1.7%로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올 들어서는 물론 최근 수년새 비슷한 수준이 지속됐다.


결국 식음료 물가 인상에 대한 인식이나 통제가 과도하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품목별 담당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통제한 관치경제의 여파가 잔존해있는 것이다.

식음료 업계는 지난 수년간 원료가격이나 인건비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매년 가격인상을 놓고 정부나 소비자단체의 눈치보기를 하는데다 수년만에 물건값을 조금 올리면 당국으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는다며 하소연한다.

그 와중에 업계 경영여건은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식음료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장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대폭 상승해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격인상에 대한 감시행위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 생필품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가격 통제나 비난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국정 어젠다로 제시해왔다. 그 요체는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일으키고 이를 통해 경제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보다는 적정한 가격인상을 통한 기업의 매출보장이 근로자 소득확대의 전제가 되는 것은 상식이다. 식음료 분야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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