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초대형 IB 나홀로 스타트…가슴앓이 '빅4'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송정훈 기자 | 2017.11.13 17:40

발행어음 높은 금리 제시해 초반 기선 제압할듯…후속 인가 대비해 후발주자 핸디캡 줄이는데 집중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대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나홀로 따내 '빅4'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를 멀찌감치 제치고 초반 기선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방안이 단독 상정해 통과되자 표정관리에 신경을 썼다. 최종 관문인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인가 결정 전에 샴페인을 먼저 터뜨리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결과를 낙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위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초대형 IB는 자금조달 경쟁이 아니라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올 수 있는 운용의 경쟁"이라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자금 공급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고 혁신기업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기정사실화하며 어음 금리·규모·만기 등을 정하는 사내 조직인 'ALCO(자산부채관리위원회)'를 꾸렸고 이달 말 첫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1조원)와 내년(4조원)까지 5조원 가량 어음을 발행한 뒤 투자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발행어음을 통해 8조원까지 조달한다는 목표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과 M&A(인수·합병),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분산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수익구조 변화를 예상했다. 종전에는 순영업수익 중 일반수수료 비중이 80%, 고객·고유자산 운용수익이 20%였으나 내후년에는 발행어음과 연계한 IB 부문과의 시너지 등을 통해 운용수익 비중이 3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에게 발행어음 약정금리(만기 1년 기준)는 1% 후반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다소 높은 금리를 지급하며 경쟁사의 잠재 고객을 뺏어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RP(환매조건부채권)나 발행어음을 비슷하게 느낄 것"이라며 "발행어음 금리가 높으면 RP에 투자했던 타 증권사 고객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고객예탁자산을 늘리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금리를 2배 가량 높인 연 3% 특판 RP를 판매한 바 있다. 발행어음 시장을 선점하려고 고금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반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은 발행어음 인가가 장기 지연될 경우 초대형IB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면 초대형 IB로 지정되더라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전 업무만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초대형 IB는 환전만 할 수 있고 이 돈을 이체하는 건 불가능해 실익이 거의 없다"며 "외화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외화 콜시장 참여를 허용해줘야 초대형 IB의 외국환 업무 허용이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빅4 증권사는 발행어음 인가에 대비한 내부 전략을 다지며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최대한 신속하게 극복할 방침이다. 늦어도 내년 초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회사채, CP(기업어음) 등을 중심으로 운용한 뒤 비상장 기업 지분투자 등으로 넓혀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호응해 투자자를 설득하고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을 확대했다"며 "그동안 일련의 과정과 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여부보다 정책 신뢰성에 비중을 둬 추가적인 발행어음 인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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