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키스 ECCK 회장 "최저지상고 규제, 한국 유일"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7.11.13 16:15

ECCK, '2017 백서' 발간…"한-EU FTA 관련 수정·권고사항도 전달"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가진 '2017 백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ECCK
"가령 '최저 지상고' 규제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갖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전세계 다른 나라와도 표준을 맞춰가야 합니다."(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럽계 기업인들이 '규제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만 있는 규제로 인해 유럽 기업이 역차별받는 상황을 줄이려는 시도에서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사무실에서 'ECCK 백서(White Paper) 발간 기념 및 EU 브뤼셀 사절단 방문 성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ECCK는 자체 16개 분과위원회에서 마련한 90개 건의사항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ECCK 총장,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대표부 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이더 ECCK 총장은 한·EU FTA가 발효된 지 만 6년이 지난 만큼 최근의 '개정'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백서는 한국 정부에 건의하려는 것으로 모든 내용이 한·EU FTA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며 "한·EU FTA '재협상'에 응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정 및 권고 사항(amendments)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7월1일 잠정 발효된 한·EU FTA는 올해 EU 측에서 '일괄적 개정(a balanced package of amendments)' 가능성을 꺼낸 바 있다. 이와 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간 장관급 회담이 12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 번째로 펴낸 올해 백서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럽계 기업들이 자동차, 주류, 화학, 화장품, 패션 및 유통, 식품, 보험 등 14개 분야에서 제기한 산업·규제 관련 건의사항이 담겼다.

국내법에 따르면, 공차 상태의 차량은 접지부분 외에는 지면과 12㎝ 이상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최저 지상고' 규칙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으며, 향후 개발 및 시판될 스포츠카 등 고성능 차가 최저 지상고 규제를 만족하지 못해 판매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배기량 2000cc 이상의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도 보조금 지급 △부품자기인증제도 품목 확대(2018년 1월 10일 시행)에 따라 제품에 KC마크 표기가 어려운 부품 제작사의 경우 제품 포장에 KC마크 표기 △배출가스 인증을 위한 시험용 차량 관련 형식규제 완화 등을 요청했다.

배출가스 인증 시험용 차량 규제는 현재처럼 한국 판매용 차대 번호를 갖는 차량 뿐 아니라, 한국 판매용 사양의 차량으로 시험한 경우 인증 시험 성적서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또 제작결함 시정 조치(리콜)는 해당 부품이 안전 기준에 미달할 경우도 발생하지만,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예방 조치로 취해지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경우의 과징금 부과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용차의 경우 다양한 차종의 도입이 가능토록 차량너비 기준(2.5m)을 유럽 기준(2.55m)으로 완화해달라고도 주문했다.

주류 유통은 광고·포장·경품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화장품 유통은 기능성 화장품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관련한 한국의 까다로운 표시 규정을 완화하고, 식품 수입검사 절차를 개선해 검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달라는 요구도 담았다.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정책이 글로벌 제약사에도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검토 중인 의약품 총액제한제는 "필요한 약제의 사용을 제한해 환자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건강권에 해를 줄 것"이라며 검토 중단을 촉구했다.

의약품 총액제한제는 정부가 모든 제약사에 개별적으로 매출액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조선·해양 분야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특혜가 주어져 불공정 경쟁이 유발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밖에 지적재산권 침해 사범에 대한 한국의 처벌 수위가 낮아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 형량에 가까운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했다. ECCK는 "관련 입법이 이뤄지면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유지·관리 비용으로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다"며 "입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이번 백서 발간을 위해 하이더 총장 등 ECCK 관계자들은 지난 6~9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고용·성장·투자 및 경쟁력 담당 부위원장, 장뤽 데마르티 EU 통상총국장 등 EU 집행위원회의 무역 및 경제부문 관료들을 만났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대표부 대사,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ECCK 총장(왼쪽부터)이 13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가진 '2017 백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E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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