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는데 전셋값까지 꺾여" 신도시 분양권 투자자 '골머리'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7.11.14 04:11

입주물량 부담→전셋값 하락→매매가 조정 흐름…시장 "수도권 매매가 조정 촉매될수도"

#서울 송파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하남 미사와 동탄2신도시 등지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 3개를 보유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한 곳들로 거주의사는 없다. 분양권 모두 가격이 제법 올라 현 시세대로 팔면 총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은 충분히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면서 A씨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쳤다. 잔금을 치르기 전 분양권을 되팔려고 여러 부동산에 내놨지만 몇 달간 가격을 흥정하자는 문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매수자들이 8·2 대책 전 껑충 오른 집값을 다 주고 사는 건 비싸다고 생각해서 아주 싸게 나온 급매 외에는 거래가 잘 안된다”고 했다.

A씨는 “무작정 시세보다 싸게 팔자니 아깝고 계속 들고 가자니 자금도 부족하고 집값이 하락할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입주가 몰리는 시점엔 전셋값도 크게 내려가 신용대출에 마이너스통장까지 최대한 동원해 급전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3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금융규제로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입주물량이 대거 몰리는 신도시 등 경기권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집주인들이 버티면서 매도 호가는 8·2대책 이전 수준을 유지하지만 물량부담에 전셋값이 수천만 원 하락하는 등 조정 움직임이 나타난다. 물량부담에 따른 전셋값 하락은 매매가를 끌어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더샵 센트럴포레’ 전용면적 84㎡의 전세매물은 4억~4억30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됐다. 매매 호가는 6억1000만~6억3000만원으로 이달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매물이 쌓였지만 실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하남 풍산동의 M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투자목적으로 분양권을 매입한 가구의 매물이 많이 나오지만 호가가 높다 보니 거래가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동탄2신도시는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한 곳도 적잖다. 물량부담에 전세매물이 남아돌면서 전셋값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단지가 속출한다. 수천만 원 싼 급매가 나오면서 시세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분위기다. 동탄2신도시의 H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목적으로 소액에 분양권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잔금을 치를 여력이 안되니까 전세 세입자를 받아 충당하려다 이마저도 안돼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있다”며 “실수요자들도 당분간 집값이 하락할 것같으니까 선뜻 매입하기를 꺼리고 저가매물만 찾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다산신도시도 분양권을 보유한 투자자들 사이에선 매도 저울질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 분양권을 웃돈 주고 매입한 직장인 B씨는 “지하철 접근성과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는데 8·2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져 2년 보유해도 집값이 기대치만큼 올라야 차익을 최대 3000만~5000만원 정도 남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차익이 작더라도 오래 들고가지 않고 최대한 빨리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2019년까지 이어지는 경기권 물량부담이 정부 규제와 맞물려 수도권 주택가격 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집값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과 강북 역세권으로 몰리고 이외 지역에 투자한 매물을 처분하기 시작하면 수도권 전반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미 지난해 연간상승률을 넘어섰다”며 “반면 신도시와 경기·인천 등지는 미미한 주간상승률을 보이는 등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전셋값이 연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연말부터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경기지역은 전세에 이어 매매가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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