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품은 학교서 행복한 아이로, 정부가 열쇠"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김민중 기자 | 2017.11.15 05:35

[놀이가 미래다2- 초등학교 시간표를 바꾸자⑤-1]정책토론회 "정부·국회 힘 필요"

편집자주 | "중요한 줄 알아도 시간이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획기사를 접하고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빼앗긴 시간을 돌려주려면 결국 교육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놀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부터 놀이를 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 첫걸음으로 초등학교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제안이다.

머니투데이와 세이브더칠드런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13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제 정부와 국회가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해 나설 차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속적인 놀이 환경 개선을 위해 초등교육의 틀 자체가 변하려면 법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회가 아동 놀 권리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머니투데이와 세이브더칠드런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한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길수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는 학교 안에 놀이 문화가 정착하려면 교육부와 교육청 등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와 시민단체, 학부모 등이 놀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힘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관계를 바꾸는 '학교 안 놀이'…변화는 시작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학교가 놀이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자 아동 성장·발달을 목표로 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또래 관계, 학생과 교사와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놀이의 효과에 주목했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권리옹호팀)는 "자체 연구 결과 놀이를 경험한 아이들은 사회성이 더 발달했다"며 "친구들과 놀면서 부딪히는 과정에서 어떻게 나의 주장을 하고 남의 주장을 받아들이는지를 깨닫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교사에게도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이다. 교사 역시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놀이 주체로 학생들을 대하며 아이들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길수 장학사는 "놀이가 관계를 회복하고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장시간 유지된 현 교육체계를 허물고 긴 호흡으로 놀이문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조금씩 필요성을 깨닫고 놀이 문화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이 '2015년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이후 전국교육청이 관련 10대 공동정책을 추진하고 개별학교 단위로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현장 자율성 보장하되, 정부 차원 '가이드라인' 필요"

그럼에도 토론 참석자들은 이런 시도들이 걸음마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려면 국회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부가 관련 매뉴얼,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호응을 얻었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없어 놀이 환경 조성에 나서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길수 장학사는 "교사가 어떤 놀이 경험을 했는지도 중요한데 현재 교대 학생들을 보면 성적은 매우 우수하지만 놀이 경험이 없어서 현장에서 아이들과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물론 놀이 활동 자체는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 변화를 경험하는 교사, 학부모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사와 학교 역할을 명확히 하고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놀이 개념과 범위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토론자인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은 "교육부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면밀한 실태 조사·분석에 나서 불필요한 제약 조건을 완화하는 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구체적 정책 과정 수립 등은 시도교육청이 맡고 현장교사가 자율성을 보장받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각 학교별, 교육청별로 진행하는 놀이 활성화 모범사례들을 공유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 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길수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 장학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법·조례 제·개정 등 입법 활동과 예산 확보 필요

정책 지속성을 위해 조례 제정, 법 개정 등이 핵심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제충만 대리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아동 놀 권리를 인정하고 학교 안에 놀이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며 "교육기본법 등에 이 점을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교육기본법에는 학교 교육이 전인적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현실은 학습능력 제고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길수 장학사는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정책을 지방자치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조례에 놀 권리 관련 정부의 책임을 명시한 조항이 있다면 정책 마련에 큰 힘이 된다는 의견이다. 강원도도 올해 7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한 장학사는 "그 지역사회, 학부모, 교직원 등의 인식 개선에 조례 제정은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학교 구성원 인식을 제고하고 방향성을 잡는데 큰 틀을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예산 확보, 학부모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 지역 공동체 교육 추진, 안전에 대한 학교·교사 부담 줄이기, 교육제도 개편 등을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의 놀이정책 예산(약 67억원)을 전체 초등학생 수로 나눈 결과 학생 1인당 연간 2500원 정도 예산을 사용한다.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는 논의가 나온 이유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놀 권리를 강조하면서 "놀이 활동 관련 아동을 위한 예산이 모든 연령의 아동을 위해 전 영역에 걸쳐 포괄적이어야 하고, 예산 규모를 인구 전체에서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정책 담당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은 "'바람직한 놀이 활동을 위한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 탐색'이라는 주제로 정책연구를 추진 중"이라며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해 다양한 정책을 구현할 예정인데 시도교육청, 학교가 역할 분담해 교육부와 협력해야 학교 놀이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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