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탁 행정관의 기소가 이뤄진 시점이 현직 검사들의 구속시기 등과 맞물리면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일정을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는 '원칙론'을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 정권 적폐수사에 역량을 쏟자 '하명수사'라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검찰이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는 '균형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각의 기소 비판여론에 대해 검찰이 탁 행정관에게 적용한 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91조의 조문 명칭이 '확성장치와 자동차 등의 사용제한'이기 때문에 벌어진 오해라고 일축한다.
탁 행정관은 대선운동기간인 지난 5월6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프리허그' 행사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2012년 대선 로고송을 송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탁 행정관에게 적용한 법조문은 공직선거법 91조(확성장치와 자동차 등의 사용제한)와 100조(녹음기 등의 사용금지)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조문 명칭만 보면 과연 처벌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법한 행위다. 하지만 탁 행정관의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녹음기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튼 것이 죄가 되고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의 법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검찰이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탁 행정관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탁 행정관의 행위를 선거의 영역에 대입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탁 행정관이 공직선거법 상 대담·연설·토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 즉 ‘프리 허그’ 행사장에서 ‘로고송’을 튼 것은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즉 단순히 확성기와 녹음기를 사용한 것이 처벌대상이 아니라 탁 행정관이 확성기와 녹음기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탁 행정관의 행위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 장소의 제한'을 위반한 것이고, 동시에 선거운동이 금지된 장소에서 ‘로고송’을 트는 등 '선거운동'을 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 해석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법원이 어떻게 판결할지는 몰라도 검찰 단계에서 탁 행정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 공정성에 무게 둔 선거법이 선거사범 양산 지적도
2년에 한번 공직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선거사범'이 무더기로 적발된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선거사범'이 많은 이유를 선거법에서 찾는다. 우리나라 선거환경이 특별히 혼탁하거나 불공정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선거법제는 선거의 '자유'가 아닌 선거의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졌다. 과거 자유당정권 시절 3.15 부정선거로 대별되는 관권선거와 금권선거 등에 따른 반작용쯤으로 보면 된다.
이 때문에 현행 공선법은 세계에서 유래가 드물 정도로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후보자가 소속정당과 기호 등 자신을 알리기 위해 어깨에 두르는 '어깨띠' 착용을 시작하는 시점, 유권자에게 건네는 명함교부 가능시점, 명함의 가로·세로 크기 조차 모두 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물론 이를 어기면 선거사범으로 처벌된다.
선거운동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 무더기 선거사범이 나오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이에 따라 정치와 돈이 결탁할 수 있는 '금권선거'를 방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거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선거과정에서 선거법이 말썽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 때문에 법을 읽고도 금지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 수 없어 입후보자들은 불안감 속에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법이 금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문의하고 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선거운동을 했다가 기소돼 선거사범으로 처벌된 사례도 있다.
법관들도 공선법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에 혀를 내두른다.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지 않은 선거법 위반 사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무더기로 파기환송되기도 한다. 2014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공선법상 '호별 방문금지'의 '호'에 관공서 사무실이 포함되는지를 심리한 하급심 판결이 무더기 파기환송됐다.
선거를 치러본 정치인들 모두 선거법은 ‘지키려야 지킬 수가 없는 법’ ‘알려야 알 수가 없는 법’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정작 선거법 개정 목소리를 내는 데는 미온적이다. 현행 선거법을 어떻게 개정하느냐에 따라 각 정파의 유불리가 엇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유불리를 가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누더기 법'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검찰의 선거사범 기소에 대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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