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vs 0.9%'…보험·카드업계 양보없는 수수료 전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7.11.10 04:37

협의체 구성 불구 1%포인트 이상 수수료 격차 이견 못 줄여..소비자 편익 제고 대비 업계 과다 부담 지적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가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간 수수료율 갈등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는 효과에 비해 업계가 져야 하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 5명, 보험업계 6명 등이 참여하는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 협의체’는 지난 9월부터 보험료 카드 결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합의점 없이 입장 차만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카드 납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으나 보험사들이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카드 결제를 꺼리면서 지난해말 기준 전체 보험료 납입액 중 카드 납입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수료다. 보험사들은 보험료가 카드로 결제될 때마다 2.2~2.3%가량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 한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연 4%대의 운용수익률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없이는 2%대의 수수료율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카드 납부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공익적 취지로 추진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세나 국민연금을 카드로 낼 때 적용하는 수수료율과 비슷한 0.9~0.99% 선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가 1%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담하고 카드업계가 기존 수수료에서 1%포인트 가량 양보해달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 이상의 수수료율은 현재 보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2%가 넘는 현재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면 결국 보험료를 인상해야 해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보험업계만 예외를 적용해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별로 수수료 산정에 반영하는 적격비용을 규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 대손, 마케팅 등에 드는 비용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을 말한다. 특히 2012년에 도입된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낮출 경우 해당 가맹점과 카드사 모두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130조원대에 달하는 보험시장 규모를 감안해 밴(VAN·부가통신업자) 수수료 등을 낮추더라도 최대 0.2~0.3%포인트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수수료율 2%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형가맹점인 보험사에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현행 수수료 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타 대형가맹점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보험사들은 가맹점수수료 부담이 카드 결제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그간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됐음에도 보험료의 카드 결제 비중은 기존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효과에 비해 업계에 지우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년 수십만~수백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자동차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매월 수만원 수준인 보장성 보험의 경우 카드 납부가 안돼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이 얼마나 큰지 의문”이라며 “특히 저축성 보험은 은행 적금과 성격이 유사한데 적금을 카드로 내는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효과에 비해 업계간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최흥식 원장 취임 직후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번째 개선 과제로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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