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다음에 트럼프를 만날 때는

머니투데이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지식비타민(주) 대표이사 | 2017.11.09 06:26
나는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골프를 친다. 2009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 배운 몇 가지 원칙을 필드에서 사용한다. 싱글 수준의 실력자들과 라운딩을 할 때는 그들의 멋진 드라이브나 샷에 자존심이 상해 ‘다음에 연습을 많이 해서 잘 쳐야지’ 하면서도 그게 안 된다. 연습장에 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세 번이나 필드에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연습을 해야 할 텐데’ 하면서도 시간이 안 돼 연습을 못 한다. 그러다 보면 골프공이 약 20%는 엉뚱한 곳으로 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클럽을 휘두르면 그래도 아주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물론 명랑골프를 운용하는 선에서 그렇다. 정말 룰대로 하면 이른바 ‘백돌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체로 친선이기에 지인들이 룰을 엄격히 적용하지는 않는다.

사실 골프장에 나가는 것을 꼭 즐기지만은 않는다. 우선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한번 나가면 통상 하루를 다 소비하는 듯하다. 아무리 빨리해도 거의 7시간은 소요되는 듯하다. 서울 근교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그야말로 하루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절대 골프를 치지 않는다. 아예 혐오하는 이도 많다.

반면 골프광도 많다. 사업을 잘하는 이들이 골프를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골프를 잘 치는 이들이 사업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하는 것은 연구과제지만 말이다.

이처럼 골프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면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골프를 왜 치는가. 그것은 사람을 사귀기에 그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오가는 시간에 동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아시아를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골프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나눴을 얘기가 상상이 간다. 운동을 같이하면서 마음이 통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골프 한번 친다고 미·일 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기반은 될 수 있을 터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아베 총리가 골프 외교에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광이라는 점을 아베는 십분 활용했다. 게다가 이미 미국에서 일전을 치른 적도 있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를 플로리다의 골프장으로 초대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다. 이것도 철저한 외교적 계산이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접할 카드 하나가 없었다. 골프 외교의 주도권은 일본에 내주었고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골프를 안 하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상대방을 만날 때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에는 큰 이벤트 없이 트럼프를 만났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골프라도 한번 치는 게 좋겠다.

대통령은 골프를 잘 못 친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을 대비해 좀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마음을 얻기가 훨씬 쉬울 듯하다. “그간 골프를 안 했지만 당신과 함께 라운딩하려고 배우고 왔다”고 하면 그것만큼 마음을 얻기 쉬운 게 있을까. 어차피 앞으로 트럼프와 5년을 함께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상대방이 그것을 가장 좋아한다니까 더욱 그렇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뭐를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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