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현명한 생쥐…설치류의 ‘유쾌한 공생법’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7.11.08 01:00

IBS, 쾌감 자극 보상 실험으로 생쥐의 사회적 행동 관찰 성공

두 생쥐 간 뇌 자극 보상을 향한 경쟁 실험 모식도/사진=IBS


생물들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른 개체와 갈등을 빚게 되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이를 알이보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눈앞에 놓인 당장의 이익을 참고, 질서 있게 규칙을 지켜 더 큰 장기적 이익을 얻으려는 생쥐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설치류에서 이 같은 행동 패턴을 관찰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한 쌍의 생쥐가 뇌 자극에 의한 쾌감(보상)을 얻기 위해 갈등을 겪는 실험을 고안했다. 먼저 실험시작 구역인 가운데와 좌우 양쪽 보상구역이 구분된 특수 케이지를 제작했다. 쾌감은 생쥐 머리에 씌운 헤드셋이 적외선을 받으면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헤드셋이 보상행동 조절과 관련한 뇌신경(내측전뇌다발)에 전기 자극을 줘 쾌감을 주게 한 것. 좌우 보상구역 벽면에는 각각 LED 조명이 하나씩 설치돼 있다. 무작위로 한쪽 씩 켜졌다 꺼진다.

연구팀은 한 쌍의 생쥐를 가운데 구역에 놓았다. 그러자 좌우 보상 구역에 조명이 켜진다. A생쥐가 보상구역으로 들어가자 5초간 쾌감 자극이 주어지는데, 다른 B생쥐가 따라 들어오자 쾌감 자극이 그 즉시 멈춘다.

이 같은 훈련을 통해 생쥐들은 가운데 구역에 동시에 들어갔을 때 좌우 보상구역 중 한 곳에 조명이 켜진다는 점, 조명이 켜진 쪽의 보상구역으로 가야 쾌감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상대방이 뒤늦게 보상구역으로 들어와 침범하면 자신이 받고 있던 쾌감 보상이 중단된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두 생쥐가 다시 가운데 구역으로 진입하면 다음 회 차 실험이 시작된다.

연구팀은 여러 회 차를 반복하며 생쥐의 행동패턴을 관찰한 결과, 생쥐들이 쾌감을 얻기 위해 좌우 보상구역에 몰려다니면 오히려 정해진 시간 내 쾌감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듦을 인지하고, 두 곳의 보상구역을 서로 나눠 맡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즉, A생쥐가 왼쪽 보상 구역에서 쾌감을 받을 때, B생쥐는 그 구역에 진입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오른쪽 보상구역에 조명이 켜지면 오른쪽 구역으로 가서 보상을 얻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보상구역을 할당해 상대의 보상기회를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이러한 행동 패턴이 생쥐가 만든 ‘사회적 규칙’이라고 봤다.

실제로 실험 생쥐 총 19쌍 중 약 60%(38마리 중 23마리)가 훈련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회 차가 거듭될수록 생쥐는 보상구역을 할당하고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사회적 규칙을 점점 더 잘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칙 준수, 즉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동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더 많은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사진=IBS
연구진은 생쥐가 규칙을 지키는 행위가 생쥐의 몸무게나 친밀도, 학습능력, 혹은 습관적 방향 선호 등과 같은 요인들과 무관함을 증명해 연구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 연구결과는 설치류가 사회적인 갈등의 해결을 위하여 충동적인 경쟁 보다는 사회적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행동을 확인한 연구로서, 동물의 인지 및 사회성 행동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단장은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을 택하는 생쥐의 행동은 인간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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